|
|
시체놀이 빛나는 지성과 독특한 심미안을 지닌 그들 속에서, 자신이 평범하다 못해 시시하고 초라하며 보잘것없이 여겨졌다. 그들 중 한 남자에게 이끌렸으나 그는 내게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다. 관심을 끌려고 유치하게도 그의 눈앞에서 쓰러져 죽은 척하며, 상대가 놀라고 슬퍼하기를 바랬다. 정작 그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듯 무덤덤하게 찔러보더니 가던 길 가버렸다.
살인펜치 사람의 목을 끼워서 조를 수 있을 만큼 커다란 펜치를 보자, 목에 끼우고픈 충동이 강하게 일었다. 문득 눈이 떠져서 보니 오른손이 목을 쥐고 있었다. 몰라 뭐야 그거 무서워.
방심금물 그는 운전 중 기묘한 분위기의 사내를 보았다. 사내는 썩소를 날리며 도발했다. 그는 화가 치밀면서 놈을 없애지 않으면 제가 위험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뒤쫓았으나 상대가 더 빨랐다. 훗날 그는 배로 여행하다 풍랑을 만나 표류 끝에 미지의 섬에 도착했다. 아직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섬의 원주민은 그를 신의 사자로 여겼다. 가족과 고국에의 그리움도 잠시, 곧 권력과 쾌락에 도취했다. 화려한 궁전을 짓고 2달간 주색잡기에 심취한 동안, 기묘한 사내가 그를 뒤쫓아 섬에 도착했다. 원주민을 순식간에 문명화하고는 신은 없으며 먼저 온 놈은 신의 사자가 아니라고 했다. 2달 후 남자가 놀고먹기에 질려 궁전 밖으로 나왔을 때 섬은 완전히 변했다. 개척시대 서부풍 거리에, 문명화된 주민들은 그를 비웃거나 투명인간 취급하며 스쳐갔다. 신문도 있었는데, 일면에는 전에 본 기묘한 사내가 섬의 선구자로서 행한 업적이 실렸다.
Trackback Address >> http://zizim.tistory.com/trackback/629
평화롭던 시골 마을은 외지에서 온 두 여중생이 할머니를 죽인 일로 발칵 뒤집혔다. 한 주민의 목격담에 따르면 사건발생 이틀 전에 두 여중생이 짐을 끌고 가던 할머니와 부딪치자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반면 가해자들은 할머니가 고의로 부딪혀온 다음 짐이 망가졌다며 시비를 걸더니, 근처의 청년이 버릇을 고쳐주겠다며 끌고 갔고, 이어 촌장을 비롯한 마을 남자들에게 윤간당했다고 했다. 순박한 척 점잖은 척하며 뒤에서는 추악한 짓을 저지른 남자들도 미웠지만, 같은 여자로서 놈들의 끄나풀 노릇을 한 할머니가 더 미워서 죽였다고 했다.
진실은 후자였으나 마을 사람들은 도시 계집애들 행실 운운하며 그녀들에게 불리한 증언만 했다. 이 일이 MBTI 카페에 오르자 많은 댓글이 달렸는데, 두 분의 닉네임만 기억난다. 물*님은 도덕과 동정론을 개입시키지 않고 철저히 법적으로 접근했고, 보*헤*님은 좋아하는 작가의 말을 인용하며 복수의 방법이 잘못됐다는 요지로 장문의 댓글을 남겼다.
사진으로 본 청계천과 비슷하게 생긴 장소에서 백마를 하늘에 바치는 의식이 거행되었다. 창을 든 젊은 신관이 10분간 대치 끝에 백마의 목을 꿰뚫었다. 백마는 피 흘리며 쓰러지더니 곧 스르르 일어나 모두를 경악게 했다. 신관을 비롯한 일행이 물속으로 몸을 숨겨 죽은 척하자, 백마의 신통력으로 물살이 거세어졌다.
Trackback Address >> http://zizim.tistory.com/trackback/616
괴물이 출현해 세상이 혼란에 빠지자 외모도 성적도 운동신경도 중간수준인 소년에게 갑자기 '전사'의 임무가 주어졌다. 얼떨결에 선택된 소년은 영문도 모르고 속성훈련에 투입되었다. 훈련내용은 이런 때를 대비해 세계최고의 로봇박사가 개발한 로봇에 탑승, 조종하는 일. 버튼이나 핸들조작이 아니라 로봇 내부 원판에 올라타 몸동작으로 조종하는 방식이었다. 매회 훈련을 쉽게 소화하는 소년은 제 어깨에 지구의 평화가 달렸다는 데 부담감이 아니라 뿌듯함을, 심지어 자만심마저 가졌다.
그러다 중간테스트에서 소년은 들뜨고 방심하다 동작마비라는 고장을 일으켰다. 기지와의 연락도 두절된 참에 하필이면 괴물이 이쪽으로 접근해, 다음 순간 그는 의식을 잃었다. 눈을 뜨자 박사의 노심초사한 얼굴이 보였다. 박사와 연구진은 그나마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차후 이런 일이 없게끔 조심하라고 일렀다. 어리둥절 소년은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말하자면 사고 당시의 기억을 잃어버린 셈. 박사는 그가 잠든 사이 뇌를 스캔해 잃어버린 기억을 추적했다.
소년의 로봇에 접근한 괴물은 뜻밖에도 공격하지 않고 순간이동으로 자기네 기지에 데려갔다. 괴물의 배후조종자는 박사의 라이벌인 마인 부우 마인 X. 얼굴은 아이건만 실제연령은 박사와 동갑이며, 대마왕을 자처하는 마인 X는 제 피를 조금 뽑아 소년에게 강제수혈했다. "이로써 네 몸에도 악마의 피가 흐르게 되었다. 넌 결코 날 거역하지 못해!"라며 킬킬댔다. (로봇물 매니아도 아니건만 이런 꿈을.)
Trackback Address >> http://zizim.tistory.com/trackback/614
꿈에서 무서운 것은 칼, 총, 기타 무기, 괴물, 귀신, 추격대 등 위협적이나 분명한 대상이 아니다. 때로 그에 맞서 대담히 싸우기도 한다. 정말 무서운 것은 실체가 불분명하다. 얼굴을 가린 의문의 X, 허공에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 등 뒤의 수군거림, 미지의 실루엣, 아무도 없지만 누군가가 날 주시한다는 느낌. 이들이 비단 꿈에서만 무서우랴. 공포영화도 귀신이 나오기 직전 음산한 배경음이 흐를 때가 더 오싹하듯이. 어둠에 대한 인간의 공포도 마찬가지. 간밤에 그런 류의 공포를 2번 연속으로 겪었다.
집은 2000년까지 살았던 점방 그대로였고 부모님은 여전히 옷 수선을 하셨다. 방과 욕실 사이의 젖빛 유리창에 정체 모를 희미한 그림자가 비쳤다. 기묘한 형체의 그것은 움직임은 없으나 금방이라도 유리창을 깨고 넘어올 듯한 두려움을 주었다. 조심스레 문을 열어 욕실을 살피니 창가 천장에 먼지 낀 거미줄이 걸려있고, 거미줄 끝에 고구마만한 누런 번데기가 대롱대롱 달렸다. 번데기 역시 거미줄에 반쯤 감겨있었다. 나비인지 나방인지 모를 내부의 뭔가가 갑자기 번데기를 뚫고 튀어나와 얼굴을 공격할까 무서웠다. 놔두기는 찝찝하고 직접 건드리기는 겁나서 어머니께 대신 치워달라고 청했다.
그날 밤 부모님의 취침을 확인한 후에야 잠을 청했다. 어째서인지 동생들은 보이지 않았다. 나만의 방에 대한 강렬한 소망의 반영? 어슴푸레 잠드려는데 방과 연결된 점포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부모님인가 했더니 기척이 영 낯설다. 문을 열자 검은 원형 선글라스에 빨간 재킷의 여인이 수선용 안감을 훔치고 있었다. 여인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고개만 슥 돌려 나를 빤히 쳐다봤다. 포커페이스의 시선 앞에 얼어붙어 꼼짝 못했다.
Trackback Address >> http://zizim.tistory.com/trackback/611
호러매니아 커플이 시골 폐교를 방문했다. 운동장 뒤엔 교도소 담장만큼이나 높고 음산한 시멘트 담이 서 있었다. 통통하다 못해 뚱뚱한 도마뱀 한 마리가 담을 대각선으로 타오르더니 하늘을 날았다. 여자가 깜짝 놀라자 남자는 제 지식도 자랑할 겸 그녀를 안심시키려고 괴생물의 정체를 밝혔다. 저것은 하늘을 나는 뱀, 즉 날뱀이고 무독성이며 사람을 물지 않는다고. 안전하다는 설명에도 그녀는 (마치 우리 어머니처럼) 뱀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질겁해서, 도마뱀이 아니라 뱀이라면 왜 다리가 있느냐, 저리 굵은 몸으로 날개도 없이 어찌 나느냐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낡고 텅 빈 학교 건물로 들어서자 남자는 복도 신발장 위 여봐란듯이 놓인 청자에 방울을 투입했다. 그들보다 먼저 이 심령스폿을 방문했던 선배의 말에 따르면, 그렇게 해야 귀신들에게 발각되지 않고 무사히 둘러볼 수 있단다. 이런 의식 후 둘은 교실로 들어갔다. 구식 교복을 입은 여중생 넷이서 창백한 얼굴로 학예회용 연극에 몰입중. 그들에게서 생기가 조금도 감지되지 않아서(아니, 창백한 얼굴과 초점 없는 눈동자만으로도) 둘은 그들이 귀신임을 간파했다. 신파조 줄거리인데도 단순히 신파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깊은 슬픔이 은은히 흘렀다. 그 슬픔에 공명한 여자는 눈물…이 아니라 난데없이 경기를 일으켰다. 남자는 그녀를 진정시키려 애쓰는 중에도 방울이 친 결계가 깨져 귀신에게 발각되면 어쩌나 염려했다.
Trackback Address >> http://zizim.tistory.com/trackback/610
과거의 숱한 망상글을 옮기거나 지우지 않고 블로그에 그대로 놔둔 채, 강가 벤치에 앉아 노트북으로 간만에 여성향 포스팅 중이었다. '자주 가는 여성향 사이트'라는 제목의 링크모음이었다. 어차피 내 블로그는 글 올린 후 댓글이 바로바로 달리지는 않으니까 이번에도 그렇겠지라며, 서두에 경고를 달기 전에 글을 '공개'했다. 어떤 경고문이 가장 효과적일까, 모어레스로 본문을 숨김이 더 나으려나 고민하던 찰나 한 익명인의 댓글이 달렸다.
[당신 블로그의 숨은 독자올시다. MBTI와 에니어그램 글 올리는 분이, 마음공부 하는 분이 이런 불건전한 글 올려도 되오? 블로그는 골방이 아니라 광장임을 생각하십쇼. 정 이런 글 올리고 싶었음 비공개로 할 것이지 왜 버젓이 공개해서 저 같은 일반인에게 정신적 충격을 가합니까. 당장 내리십쇼. 이왕 눈 버린 김에 옛날 글도 봤습니다만 인물해석이 하나같이 평면적이고 원작의 맛을 죽이고 있습니다. 특히 공이 수를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설정은 사랑은 양방향이라 믿는 저로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군요. 유치하고 한심한 글 투성이입니다. 나라면 그보다 몇 배는 잘 씁니다.
전부터 하고픈 말이지만, 당신은 비판에 너무 민감합니다. 이는 당신의 채팅 친구 번쾌씨도 동의하는 단점입니다. 듣고픈 말만 들으려 하고 조금만 쓴소리를 들으면 상처받았느니 어쨌느니, 그럴 바엔 뭐하러 블로그를 하슈? 그냥 싸이에서 일촌끼리 놀든지 일기장에 적을 일이지. 언제까지나 남들이 당신 비위 맞춰줄 수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소. 마음공부씩이나 하는 작자가 쪼잔하게 말입니다. 이런 말 한다고 고깝게 듣지 말고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거니 하고 고이 접수하슈.]
초면에 이 무슨 무례람? 꼭 이런 놈들이 공지를 안 본다니까. 발끈해서 즉시 반박했다.
[일단 이 글을 사전경고 없이 그대로 공개한 것은 제 잘못 맞습니다. 그런데 마음공부 하는 사람은 이런 쪽에 관심 두면 안 된다고 법으로 정해놨답니까. MBTI, 에니어그램 글과 망상글이 대체 무슨 상관입니까. 관련없는 주제를 억지로 엮어서 우기지 마세요. 일반인 운운하시는데 진짜 일반인은 스스로 일반인임을 자칭하지 않습니다. 정신적 충격을 받으셨다면서 옛날 글을 일부러 찾아 읽는 자가당착도 그렇고, 원작의 맛 운운하고 공수라는 용어를 자연스레 쓰는 모습을 봐도 당신은 일반인인 척하는 동인녀(남)임이 분명합니다. 납득요? 누가 언제 그 설정에 납득하라 시켰나요? 주관적인 취향 문제에 시비를 가리고 자신만의 옳음을 강요하는 짓이야말로 유치하고 한심합니다. 저보다 잘 쓴다고 말로만 떠들지 마시고 증거를 보여주시죠. 당신 글 말입니다. 훗, 하긴 그럴 자신이 없으니 블로그도 안 밝히셨겠죠.
전부터 하고픈 말이라니 참 오래도 참으셨네요. 그러다 변비 걸려요. 채팅 친구는 또 뭡니까. 채팅 끊은 지 오래됐고 번쾌란 분은 사기와 초한지에서 뵌 적은 있어도 온라인에서 직접 뵌 적은 없습니다. 어디 감히 모르는 사람 끌여들여 사기를 치십니까? 비판도 비판 나름입니다. 비판 자체에 민감한 게 아니라 이렇게 비판을 가장한 비난, 말이면 다인지 찍찍 뱉는 무례하고 독선적인 댓글에 민감한 겁니다. 그게 잘못됐나요.
극소수만이 그따위 댓글에도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고 뼈있는 유머로 응답하지만, 저처럼 화나는 일에 화낼 줄 아는 평범한 블로거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십니다? 또 마음공부 운운하시는데 마음공부 하는 사람은 죄다 너그럽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세요. 당신이 몸에 좋은 약이랍시고 내민 것은 독일 뿐입니다. 영감말투 남발하며 어른행세 하는 모양새, 틈틈이 반말 끼워넣는 센스, '나는 고수 너는 하수'라는 태도부터 고치지 않으면 당신의 약은 저뿐만 아니라 아무도 받아먹지 않습니다. 여기서 그만 찌질대시고 지나가는 분답게 가던 길이나 가시죠.]
쓰고 보니 뻘소리에 진지하게 화내는 것이야말로 악플러가 노리는 바고, 어투가 너무 공손하고 점잖아 더 얕보이겠다 싶어서 그냥 화끈하게 뻘플을 지우려 했다. 그때 또 그자의 댓글이 달렸다. 언제부터 티스토리 댓글창에 태그가 먹혔지? 이번엔 글이 아니라 사진 댓글이었다. 타버린 모닥불의 잔해를 보니 섬뜩했다. 이곳을 초토화시키겠다는 선포인가. 갑자기 들려오는 괴성에 놀라 주위를 보니 꼬마 여럿이 시끄럽게 뛰어논다. 애들이야 원래 시끄럽기 마련이다만 귀가 먹먹할 정도라 화를 내니 대장 격인 애가 "야이 18年아!" 하며 달아났다. 이성을 잃고 쫓아가자 녀석은 허름한 구멍가게로 숨었다. "너 빨랑 나와!" 나온 이는 녀석의 누나인 듯한 여중생이었다.
→ 일어나서도 한참을 씩씩댔다. 꿈꾸던 사이에 진짜로 악플이 달렸나 해서 컴퓨터 켜고플 정도였다. 설마 예지몽? 불특정 다수에게 글을 보이는 사람이라면 해석과 반응의 다양성을 염두에 둘 일이다. 특히 진지하고 딱딱한(?) 글, 민감한 사안을 쓸 때는 잠깐이나마 예상반응-대응책 시나리오를 짜두면 낭패를 덜 본다. 물론 해석의 다양성을 각오하는 것과 다양한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다. 모든 말에 대한 끄덕임은 뒤집으면 모든 말에 대한 도리질이다. 반박할 점은 반박하고 인정할 점은 인정하고 오해다 싶으면 침착하게 해명하면 된다. (말이 쉽지 참 어렵다.)
앞의 꿈 내용으로 돌아가, 그는 내가 비판에 민감하댔지만 이는 네티즌의 일반적 속성이기도 하다. 자존심 강하고 자기 생각을 인정받고픈 마음이 강한 사람끼리 모여있으니 그럴 수밖에. 아니, 네티즌뿐만 아니라 누구나 민감하다. 어디가 얼마나 민감한가, 민감성을 얼마나 잘 숨기고 다스리는가의 차이일 뿐, 유무의 차이는 없다. 듣고픈 말을 듣고픈 마음도 다들 조금씩은 갖고 있다. 그걸 얼마나 잘 다스리느냐로 소인배와 대인배로 나뉠 뿐. 보통 이상으로 민감한 사람도 그 성격 그대로는 저도 힘들도 남도 힘들도 세상살이 고달프니 고치려고 노력한다. 그런 사람일수록 민감성을 단순한 지적이 아니라 공격의 빌미로 삼으면 역효과다.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자괴감과 자포자기를 불러 훨씬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십상이다.
그럼 꿈속 나는 잘못이 없나? 기존 망상글을 분리하지 않은 채 양지로 진입한 것도 실수고, 여성향 사이트를 사전동의 없이 링크한데다 일반에 공개까지 한 일은 방문자에 민폐고 사이트 주인들에겐 크나큰 실례이자 금지행위다. 서두 경고문과 모어레스로 무마될 사안이 아니며 아예 올리지 말아야 한다. 작년에 티스토리로 옮기며 망상글의 대대적 수정/삭제를 감행한 이래 망상 어쩌고 태그 붙인 글은 딱 3개다. 다른 무난한 글에서 한신 귀엽다 발언만으로도 이런 댓글을 받은 판국에, 수많은 망상글을 고스란히 남겨놓은 채 메타블로그 진출과 관계확장을 시도했다면 무지막지한 마찰을 빚었을 게다.
Trackback Address >> http://zizim.tistory.com/trackback/597
식구들과 연극을 보러 갔다. 극장 건물구조는 고대 그리스 극장처럼 둥근 무대를 둘러싼 계단형으로, 뒤로 갈수록 점점 높아졌다. 맨 뒤의 기둥에도 자리가 있는데 다른 자리와 달리 발판이 없고 의자는 엉덩이를 겨우 걸칠 정도로 작아서 자칫 졸거나 방심하면 추락사고의 위험이 있었다. 왜 이런 자리를 없애지 않고 그냥 두는지? 내 자리는 하필 거기라 남들처럼 편하게 연극에만 집중할 수 없었다.
내용은 이렇다. 한 INFP 여자가 재벌 아들과 사랑에 빠진다. 전형적인 안방드라마의 우여곡절 그대로 둘은 결혼을 약속하고 남자의 부모는 여자 집안이 시시하다며 극력 반대하다가 두 손 들고 허락해 결혼이 성사된다. 애초 이 결혼에 찬성도 반대도 아니었지만 막상 형이 데려온 여자를 보자 이유없이 싫어진 INTP 5w4의 시동생은 둘을 갈라놓을 계획을 세운다. 그는 형을 짝사랑하던 도도녀와 손을 잡고 INFP녀가 회사기밀을 빼내려 했다는 누명을 씌운다. 집안이 발칵 뒤집히고 여전히 신혼 분위기에 젖어있는 새신랑의 충격은 말할 나위 없이 컸다. 여자는 결백을 호소했으나 자기 말보다 동생의 정보를 더 믿는(그만큼 수법이 교묘하기도 했지만) 남편의 모습에 '그이가 말하던 사랑은 고작 이 정도였나?' 체념하고 물러선다.
막이 바뀌고 INTP남의 과거를 보여준다. 밖에서 본 바와 달리 그는 그녀를 이유없이 미워하지 않았다. 여드름투성이 학창시절 말 없고 냉소적이며 책만 파고들던 그에게도 사랑이 찾아왔다. 첫사랑의 상대는 우아하고 이지적인 또래 여학생. 소녀 뒤를 남몰래 쫓아다니다 용기를 내 고백하자 소녀는 스토커 자식 꺼지라며 싸대기를 날렸다. 사랑은 순식간에 증오로 바뀌고 세월이 흘러 형이 데려온 신붓감은 잊을래야 잊지 못할 첫사랑과 똑 닮았다. INTP남은 닮은 죄밖에 없는 형수에게 복수의 칼날을 겨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안방드라마인 이 연극을 보며 가장 불쌍한 인간은 다름 아닌 INTP남이라고 생각했다.
→ 간만의 INTP 꿈이 뭐 이래. 하긴 INTP 사기꾼 꿈도 꿨었으니. 특정유형을 싫어하지도 않고 INTP를 책벌레 너드라든지 좋은 머리를 나쁜 데 굴리는 인간으로 여기지도 않는다. 오히려 촌철살인의 유머감각을 지닌 유형으로 여긴다. 근데 꿈은 뭐 이따위. 그리고 둘 사이를 방해하려면 결혼 전에 할 것이지 결혼하고 나서야 뒤늦게 손쓴담. 그 INFP녀도 그렇지, 끝까지 결백을 입증해야지 성급하게 체념하면 어째. 게다가 꿈에까지 지긋지긋한 안방드라마 침범이다. 이제 됐거든. 조금은 우습고 조금은 착잡한 꿈이다.
Trackback Address >> http://zizim.tistory.com/trackback/591
전국 최다수강생과 최고합격률을 자랑하는 모 편입학원은 음습하고 곰팡내 나는 지하건물이다. 넓은 지하강당에서 300여 명이 영어강의를 듣는다. 학원장은 영어강의 시간마다 왼쪽 앞에 앉아 감독을 맡는다고 한다. 처음 들어간 강의실에서 대학동창을 마주치고는 놀랐다. 뒤늦게 적성을 찾아서란 이유일 게 뻔하므로 피차간에 사정을 묻지 않았다.
이윽고 느긋이 들어온 강사는 뜬금없이 가요자랑을 했다. 어라, 여기 편입학원이 아니라 가요강습소인 거냐. 지목당한 수강생은 당연한 절차라는 듯이 차례차례 단상에 올라 각자의 애창곡을 불렀다. 내 차례가 되자 대략 정신이 멍해졌다. 전체가사를 기억하는 곡이 거의 없었다. 노래방 기기라도 있으면 가사 곁눈질이라도 하지, 이건 뭐 마이크만 달랑 있으니. 가사를 모두 기억하는 유일한 곡인 '마법의 성'조차 당황해서 부르는 중에 일부 더듬거리고 얼버무렸다. 못 불러도 누구 하나 비웃지 않고 점수 매기지도 않는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노래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니 의자 등받이에 걸어둔 가방이 사라졌다. 앞서 노래한 사람들 물건은 그대로인데 왜 내 물건만? 가방을 도둑맞았다고 하자 강의실에 소란이 일었고, 잠시 후 멀리서 "이 여자 가방 2개인데 그중 하나가 당신 거요?"라는 외침이 들렸다. 외친 사람의 바로 앞자리 여자는 과연 내 가방을 갖고 있었다. 그녀를 다그치자 사과 한마디 없이 똑바로 노려봤다. 주위에서는 또 사고 쳤다느니 쟤는 상습범이라느니 수군거렸다.
가방 속은 온전했다. 아니, 영한사전이 사라졌다. 주위를 둘러보자 모두 나와 똑같은 사전을 가졌되 옆구리에 내 이름이 적힌 사전은 없었다. 순간 이곳의 도둑은 한 명이 아니며 어쩌면 죄다 한통속일지 모른다는 예감에 얼른 강의실을 벗어나고 싶었다. 원장 당신은 눈뜨고 졸았느냐, 이런 학원 더는 못 다니겠다, 야 이 도둑년아 어디 손댈 게 없어서 백수 가방에 손대느냐 신고 없이 넘어가는 것도 다행인 줄 알아라, 어쩌고 한 다음 그곳을 나갔다.
미심쩍은 지하학원을 벗어나자 어느 학교 미술실이 나타나고 나는 중학생으로 변했다. 빈자리에 앉자 미술선생이 모두에게 찰흙으로 아무거나 만들라고 했다. 책상엔 쇠고기 200그램이 아니라 마치 쇠고기처럼 생겨먹은 흙덩이가 놓였다. 이 찰흙을 얇게 저며 '전골'이니 '육회'라는 작품명으로 내놓을까 하다가, 너무 뻔하고 무성의해 점수를 못 받겠다 싶어서 다시 궁리했다. 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아 그냥 인형을 만들기로 했다. 한 덩이 떼어내 다리모양을 만들자 저절로 속이 비었다. 모래나 톱밥으로 채워야겠다 생각하자, 그물처럼 표면에 구멍이 여기저기 났다. 모래나 톱밥은 구멍으로 샐 테니 솜으로 채워야겠다 생각하자, 찰흙 다리가 흐물거렸다.
Trackback Address >> http://zizim.tistory.com/trackback/538
꿈에서 MBTI 카페에 요즘 우유가 좋아졌다는 글을 올렸다가 뜻밖의 논쟁에 휘말렸다. 실제의 나는 우유를 마시기는 해도 썩 좋아하진 않는다. 닉네임은 깨자마자 잊어버리고 각 발언자가 T냐 F냐만 기억나서 T1, T2, F1, F2로 표기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 : 전엔 우유 마시기가 고역이었어요. 향이 첨가되어 마시기 쉬운 딸기우유나 바나나우유에 비해 흰 우유는 어째 좀 비린데다, 마시고 나면 꼭 머리가 아팠거든요. 언젠가부터 아버지께서 회사에서 간식으로 받은 단과자빵과 우유를 드시지 않고 그대로 집으로 가져오시기에, 식비 아낄 요량으로 그걸 가져가서 점심으로 때우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매일 우유를 마시니까 익숙해져서 비릿하지도 않고 식후 두통도 사라졌어요. 요즘은 맛있다니까요.
T1 : 어이쿠, 우유는 항생제 투성이에요. 젖소들을 옴짝달싹 못할 정도로 밀집시켜 놓고는 항생제 잔뜩 투여한다니까요. 독입니다, 독.
나 : 글쎄요. 우유가 정말 해롭다면 왜 권장식품으로 지정되었을까요?
T2 : 우유 마신 후의 두통은 몸의 거부반응, 즉 님의 체질에 맞지 않다는 얘기 아닙니까? 두통이 사라진 것은 체내 경고등이 고장났다는 위험한 징후입니다.
나 : 흥미로운 추측입니다만 혀에 닿는 혐오감 즉 비릿한 맛이 사라짐과 동시에 마신 후의 두통도 사라졌으니 체질적 거부보다는 심리적 거부반응이라는 편이 더 맞겠지요.
T1 : 순진하시긴, 우유가 권장식품이 된 데는 우유업계의 치열한 로비가 있었습니다.
나 : 그럼 우유만큼(혹은 그보다) 잘 팔리는 술담배는 업계에서 로비를 하지 않아서 해롭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걸까요? 설령 우유에 항생제 성분이 포함된다 해도 그것이 인체에 주는 영향이 미미하기에 논란거리가 되지 않았다고 봅니다만.
T1 : 님이 관심을 두지 않아서 그렇지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설마 항생제의 체내축적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모르고 하시는 말씀은 아니겠지요?
나 : 네, 모릅니다. 이참에 T1님의 그 풍부한 지식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주시죠. :P
F1 : 하하, 재밌네요. :)
F2 : 전 재미없는데~ 머리 아파요.
→ 일상에선 나와 직결된 문제나 아주 자신있는 주제가 아니면 논쟁에 잘 끼지 않는다. 방관자로서 구경만 하지. 그러나 내심 손가락이 근질근질한지 이렇게 꿈에서 벌이게 되었다. 근데 왜 하필 우유냐?
Trackback Address >> http://zizim.tistory.com/trackback/535
청년은 안녕이란 두 글자만 남기고 사라진 애인을 방방곡곡 찾아다녔으나 수확을 얻지 못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을 떠올리고 고향에 돌아온 그는 귀가 전에 가난한 친구네에 먼저 들렀다. 그 집을 지나칠 때 친구가 "네가 찾는 여자에 대한 정보가 있어!"라며 손짓했기 때문이다. 홀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친구의 집은 좁고 휑했다. 가재도구라곤 구형 TV와 짐보따리뿐.
어디서 구했는지 친구는 뭔가가 적힌 쪽지를 내밀었다. 청년이 쪽지를 집으려 하자, 도로 거두고는 맨입으론 안 된다며 씩 웃었다. 친구와 그 부친에게 밥 한끼 대접하겠다 약속하고서야 넘겨받았다. 그러나 정작 쪽지의 내용을 본 그는 옛 애인 찾기를 단념했다. 그녀는 분명 살아있지만 더 찾아봤자 소용없다고, 이제 그녀를 놔주고 자신도 새출발하겠다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간의 여독도 풀고 기분 전환하려고 그는 목욕탕에 갔다. 아무도 없는 탕 안에 들어가자 맑은 물이 흙탕물로 변했다. 코를 찌르는 악취와 함께 죽음의 공포가 그를 엄습했다. 발버둥친 끝에 겨우 탈출하고는 다른 목욕탕에 갔다. 역시 아무도 없는 탕은 좁고 얕아 보였으나 막상 들어가자 끝없이 깊었다. 수영을 못하는 그는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탕 둘레의 단을 붙잡았다. 그때 손님으로 가장한 악마가(청년의 눈엔 머리의 두 뿔이 똑똑히 보였다!) 그의 손등에 압력을 가했다. 그 바람에 손을 놓고 물에 빠졌다.
정신을 차리자 자기 방이었다. 식겁했다는 부모의 말과 손등에 남은 의문의 자국이 이 모두가 꿈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는 충격을 떨쳐내고자 공부에 전념했다. 거의 잊어갈 때쯤 도서관에서 책을 찾다가 앞의 가난한 친구 말고 다른 친구와 마주쳤다. 둘은 그 자리에서 안부를 소곤거렸다. 문득 친구는 이상한 말을 했다. "너는 죽어서 다시 태어나야 해." "뭐, 그건 또 무슨 농담이냐?" "지금 내 말이 농담으로 들리나?" 친구는 저번에 목욕탕에서 만난 그 악마로 변신했다. 놀란 청년이 물러나기도 전에 악마는 날카로운 손으로 목을 졸랐다.
→ "세계 호러단편 100선"을 읽었더니 꿈도 이렇다. 머리카락을 떼려고 베개를 들췄더니 거미가 기어다녔다.
Trackback Address >> http://zizim.tistory.com/trackback/516
중학 수학여행에서 처음으로 술을 마셨다. 선생들은 술 숨겨가다 걸리면 죽음이라고 엄포를 놨지만, 아무도 기죽지 않았다. 이중삼중으로 술을 숨겨놔도 작심하고 뒤졌으면 들통이 났으리라. 정찰역을 맡은 체육선생이 형식적으로 가방을 여닫는 동안 나머지 선생들은 '말썽쟁이 애새끼들'을 안주 삼아 회포를 풀 터였다. 드디어 검사가 끝나고 선생이 사라지자 요령껏 숨겨둔 맥주병과 소주병을 꺼낸다. 뚜껑을 따고 종이컵에 술을 따르는 일행의 눈이 빛난다. 모두들 꿀꺽! 많이 마셔봤는지 주당으로 보이고 싶은지 종이컵 마다하고 병째로 마시는 용자, 아니 용녀도 몇 보인다.
안주로 마련한 과자는 점점 줄어드는데 투명한 안주는 늘어간다. 이를테면 선생 험담, 다른 방에 배정된 친구의 뒷얘기, 묻지도 않은 어두운 가정사와 씹어봤자 소용없는 한국사회. 그런 안주들은 일행을 감상적으로 만든다. 눈시울이 붉어지는 친구, 낮게 흐느끼는 친구, 입에서 침이 튈 만큼 격앙된 친구, 혼잣말을 중얼대는 친구, 전에 없이 싱글벙글 웃는 친구 등등. 다들 이성을 완전히 잃진 않았는지 누가 달려올 정도로 시끄럽게 굴지는 않는다만, 시각적으로는 다들 다소간 흐트러졌다. 그 와중에 '나' 홀로 평소처럼 침착하고 태연하다.
술만 마시면 버럭대는 아버지, 술만 마시면 하소연하는 어머니, 명절날 술만 마시면 멱살 잡는 어른들처럼 되기는 싫었다. 그렇다고 술에서 도망치기도 어쩐지 비겁하게 여겨졌다. 바로 옆의 애가 망설이는 기색을 읽고서 "왜, 겁나니?" 했을 때 오기가 생겨서 거절하지 못했다. 우습게도 그 친구가 가장 먼저 무장해제했다. 공포물에서도 까불대던 놈이 맨 먼저 죽잖아? 다들 해롱해롱하는 와중에 홀로 멀쩡하니 승리감마저 든다. 저들 중 몇몇은 "넌 왜 그렇니?" 하며 '내' 빈틈을 찌르기에 바빴지. 지금은 그들이야말로 빈틈투성이다. '나'는 저렇게 이성을 잃고 감상에 빠지지 않는다. 어라, 왠지 졸리네. 술 탓이 아니다. 낮 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피곤해서…….
Trackback Address >> http://zizim.tistory.com/trackback/513
열세살 때 담임의 칭찬이 그에게 소설가의 꿈을 심었다. 공부도 못하고 놀지도 못하고 말도 더듬거리고 배짱도 체력도 없고 외모조차 추하고 왜소해서 칭찬이라곤 받아보지 못한 소년에게, "글 참 잘 쓰네. 나중에 소설가 해도 되겠다."라는 담임의 칭찬은 단순한 칭찬 이상이었다. 아, 내게도 남에게 인정받을 건더기가 있다니. 자신을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변신시켜줄 소설, 거기에 소년은 앞날을 걸기로 했다.
부모나 교사, 기타 어른의 칭찬 한마디가 아이의 장래를 바꾸는 일은 신기하지도 희귀하지도 않다. 그런 아이들도 어느 단계에서 일 자체에 기쁨을 맛보게 되지만, 소년은 시간이 지나도 그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외부의 인정에 고착되었다. 마음엔 이런 망상이 펼쳐졌다. 위대한 소설가가 되어 큰 상을 받고 작품은 사후에도 길이길이 명작으로 전해지며 자신을 깔보고 따돌리던 놈들이 사인을 받아내려고 안달하는 망상이. 물론 위대한 소설가가 되려면 망상만으로는 어림도 없으며 손가락에 못이 박힐 정도로 써대도 모자랄 터. 소년은 열심히 읽고 열심히 쓰며 수시로 노트를 공개했다. 아이들은 별 볼일 없는 놈에게 이런 재주가 있었느냐며 놀라고 감탄했다. 집요하게 괴롭히는 녀석들은 글 나부랭이 좀 쓴다고 뻐긴다며 아니꼽게 봤으나, 전보다는 놀림받는 횟수가 줄었다.
노트공개, 아니 자랑은 중학까지는 먹혀들었다. 그러나 고교 문예부에서 그는 그만큼 써내는 숱한 녀석들과, 훨씬 잘 써내는 몇몇 녀석들에 둘러싸였다. 도무지 자랑할 사람이 없으려니와, 문예부 지도교사로부터는 기교는 있되 울림이 없다는 평을 받았다. 인정할 수 없었다. 얼마나 열심히 읽고 쓰고 생각했는데. 그는 애초에 노력의 초점이 빗나갔음을 간과했다. 글쓰기를 인정의 수단으로만 여기지 않고 자체에서도 즐거움을 찾았다면, 사물과 사람을 보는 시야가 넓어질 텐데. 눈먼 그는 예전의 조그만 명성을 되찾고 싶었다. '안돼, 이렇게 쓰면 또 평이하다느니 울림이 없다는 말만 들을 거야. 다르게 써야 해.' 마음의 지우개가 막강해질수록 글쓰기는 힘겨워졌다.
슬럼프에 대한 보상은 꿈에서 나타났다. 꿈이 깨면 내용은 날아가고 소설제목과 분량과 만족감의 여운만 기억에 남았다. 꿈이 현실이 된다면. 아니, 한때는 현실이었던 꿈, 온전히 기억해낼 수만 있다면! 급기야 이런 소망을 품게 된 어느 저녁, 늘 지나던 육교 위에 추레한 노인이 이상한 물건을 팔고 있었다. 꿈 붙잡는 부적, 즉 일어난 후에도 오랫동안 꿈을 기억하게 해주는 부적이었다. 평소라면 별 사기가 다 있다며 지나갔겠지만, 지금은 지푸라기라도 잡고픈 심정. 돈 버리는 셈치고 부적을 산 후 잠들기 전 베갯속에 넣었다. 다음날 아침 그는 정말로 꿈에서 쓴 소설내용을 생생히 기억해냈다. '마음의 지우개'에 의해 비현실적이거나 진부하고 유치한 쓰레기로 분류된 소재와 문장, 나쁜 생각으로 분류해 금기시한 생각들이 꿈속 소설에 실려있었다.
Trackback Address >> http://zizim.tistory.com/trackback/512
걸어다니며 담배 피우고 가래침 뱉는 인간, 팔꿈치 세우고 부딪쳐가며 사과 한마디 없는 인간, 지나가는 여자들 옷과 얼굴 품평하는 인간, 버스와 지하철에서 다리 쩍 벌려 자리 2인분 차지하는 인간, 핸드폰으로 고성방가하는 인간, 원거리에서 핸드백 던져 자리 맡는 인간,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처자에게 비키라며 지팡이 휘두르는 인간, 식당에서 애새끼가 꺅꺅대며 뛰어다녀도 말리기는커녕 흐뭇하게 미소짓는 인간, 남이 고르려던 물건을 가리켜 왜 사는지 모르겠다며 동행자랑 시부렁대는 인간, 극장에서 앞좌석 발로 차는 인간, 벨 소리와 스포일러로 흥을 깨는 인간, 도서관에서 책장 우렁차게 넘기는 인간, 입 쩝쩝 다시고 혀 쯧쯧 튕기는 인간, 공부하러 왔는지 잡담하러 왔는지 목적상실한 인간, 과시할 게 없으니까 발소리로 존재감 과시하는 인간, 입 없는 식탁에도 자선하려는지 음식을 질질 흘리는 인간, 어지르기 대왕의 후손으로 책상 붙여쓰는 동료에게 민폐 끼치는 인간, 실컷 지각하고도 태연자약 적반하장인 인간, 돈이든 물건이든 빌려주고 나면 오리발 내미는 인간, 보는 눈 없는 줄 알고 길에 쓰레기 버리고 무단횡단하는 인간, 사람 나고 차 났지 차 나고 사람 났냐 파란불인데도 차체 절반이 횡단보도를 넘어버린 건방진 인간. 예의 없고 양심 없고 주위에 폐 끼치는 인간을 경멸한다. 무엇보다도, 그런 인간들에게 한마디도 못하고 짜부라지는 '나 자신'을 가장 경멸한다.
Trackback Address >> http://zizim.tistory.com/trackback/511
그는 대화상대와 똑같은 성격과 태도로 변하곤 한다. 활발한 상대 앞에선 활발해지고 조용한 사람에겐 조용하게, 분석적인 사람에겐 분석적으로 온정적인 사람에겐 온정적으로, 완고함엔 완고함으로 유연함엔 유연함으로, 친절한 친절로 무례엔 무례로, 미덕엔 미덕으로 악덕엔 악덕으로. 그와 일대일로 대화해본 사람들은 거울과 말하는 기분, 그가 자신에게 물든 듯한 인상을 받는다.
여럿이 있을 때 그는 아무것도 올려놓지 않은 저울처럼 0이 된다. 딱히 활발하지도 조용하지도 않고, 분석적이지도 온정적이지도 않으며, 친절하진 않지만 무례하지도 않고, 착해 보이진 않지만 사악해 보이지도 않는다. 언행 역시 무난해서 딱히 거슬리는 점도 끌리는 점도 없다.
그런 그를 사람들은 거울, 카멜레온, 물, 그림자, 형상기억합금 등으로 다양하게 부른다. 제 페이스에 맞춰줘서 편하다는 이가 있는가 하면, 제 단점까지 그대로 보게 되어 거북하다는 이도 있다. 대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 그와 대화할수록 자기 자신은 잘 보이지만 그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사람들의 공통된 평가다.
Trackback Address >> http://zizim.tistory.com/trackback/510
문장연습 겸 습작란 침체극복을 위해 집어온 글쓰기 주제. 네이버 블로그에 유행 중으로 출처와 제작자는 불명. 다시 보니 16번과 76번이 똑같이 '테이프'로 중복이다. 둘 중 하나를 발음 비슷한 '데이트'로 바꾸기엔 15번 '애인'이 걸린다. 마침 모자에 대한 얘기가 떠올라서 76번을 '모자'로 바꾼다.
주의사항 : 글 속 '나'는 실제의 내가 아니며 그, 그녀 등도 어디까지나 가상인물임.
001. 물
002. 식사
003. 룸메이트
004. 우산
005. 음악
006. 커피
007. 녹차
008. 의자
009. 컴퓨터
010. 바인더
011. 야채
012. 달
013. 카드
014. 낯선 장소
015. 애인
016. 테이프
017. TV
018. 휴대전화
019. 향수
020. 사진
021. 늦잠
022. 포스터
023. 커튼
024. 손
025. 허세 |
026. 눈물
027. 잠
028. 치즈
029. 비닐봉지
030. 수다
031. CD
032. 매니큐어
033. 리모컨
034. 편지
035. 꽃
036. 침대
037. 일기장
038. 잘못을 인정하다
039. 설거지
040. 웃음
041. 귀찮아하다
042. 화내다
043. 만화
044. 산책
045. 학교
046. 밤
047. 개와 고양이
048. 정체성
049. 티셔츠
050. 사랑 |
051. 마트
052. 돈
053. 귀고리
054. 궤변
055. 오해하다
056. 머리카락
057. 출퇴근
058. 공상
059. 호기심
060. 냉소
061. 경멸
062. 호의
063. 피로
064. 욕망
065. 하늘
066. 환희
067. 열정
068. 구두
069. 그리움
070. 두통
071. 망각
072. 상실의 시대
073. 꿈
074. 인터넷
075. 바보 |
076. 모자
077. 일기예보
078. 눈
079. 위로
080. 자존심
081. 소설
082. 계획
083. 드라마
084. 친구
085. 심리테스트
086. 성적 취향
087. 그 누군가
088. 수학
089. 포스터
090. 술
091. 진심
092. 후회
093. 색연필
094. 정부
095. 벚꽃
096. 게임
097. 샤워
098. 낙서
099. 노력
100. 아픔 |
Trackback Address >> http://zizim.tistory.com/trackback/509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