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 2002년 자작시

꽃 아닌 꽃

발자국도 남지 않는 사람들의 길 위로
햇살이 미친개처럼 저희끼리 물어뜯고
저 뒹구는 꽃잎들, 이제는 꽃잎 아닌 꽃잎들
아직껏 끈적끈적한 껌 자국에 붙들리고
버려진 아해들과 나란히 앞구르기 뒤구르기하며
똑같이 짓밟히고 똑같이 더럽혀지며
언감생심 희망 따윌 믿느냐고 내게 묻는다
희망만 믿으려던 나를 시험에 들게 한다

어서, 차라리 곱게 죽여주세요
휴지도 담배꽁초도 쓰레기통에 박아달라네요
이 도시의 변방에 저 소각장 보이시죠
몸뚱아리 썩혀볼 흙도 녹여볼 물도 없어
이 거리 저 거리로 사람들의 길 위로
치욕스런 윤회(輪廻)를 되풀이하느니
불씨 따라 연기 따라 열반에나 들렵니다
어서, 차라리 꽃봄은 곱게 물러가세요

이보게, 이제서야 꽃 아닌 꽃아
너를 나 나를 너라고 부를 줄 몰라
오로지 나를 나라고 부르는 내가
자네에게 무슨 대꾸를 해주겠는가


more..

Tag/
by zizim | 2006/02/23 19:24 | trackback 0 |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