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 피해자였던 가해자

평화롭던 시골 마을은 외지에서 온 두 여중생이 할머니를 죽인 일로 발칵 뒤집혔다. 한 주민의 목격담에 따르면 사건발생 이틀 전에 두 여중생이 짐을 끌고 가던 할머니와 부딪치자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반면 가해자들은 할머니가 고의로 부딪혀온 다음 짐이 망가졌다며 시비를 걸더니, 근처의 청년이 버릇을 고쳐주겠다며 끌고 갔고, 이어 촌장을 비롯한 마을 남자들에게 윤간당했다고 했다. 순박한 척 점잖은 척하며 뒤에서는 추악한 짓을 저지른 남자들도 미웠지만, 같은 여자로서 놈들의 끄나풀 노릇을 한 할머니가 더 미워서 죽였다고 했다.

진실은 후자였으나 마을 사람들은 도시 계집애들 행실 운운하며 그녀들에게 불리한 증언만 했다. 이 일이 MBTI 카페에 오르자 많은 댓글이 달렸는데, 두 분의 닉네임만 기억난다. 물*님은 도덕과 동정론을 개입시키지 않고 철저히 법적으로 접근했고, 보*헤*님은 좋아하는 작가의 말을 인용하며 복수의 방법이 잘못됐다는 요지로 장문의 댓글을 남겼다.

사진으로 본 청계천과 비슷하게 생긴 장소에서 백마를 하늘에 바치는 의식이 거행되었다. 창을 든 젊은 신관이 10분간 대치 끝에 백마의 목을 꿰뚫었다. 백마는 피 흘리며 쓰러지더니 곧 스르르 일어나 모두를 경악게 했다. 신관을 비롯한 일행이 물속으로 몸을 숨겨 죽은 척하자, 백마의 신통력으로 물살이 거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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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zim | 2008/01/22 16:35 | trackback 0 | comment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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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eachel 2008/02/06 23:06  a  x  reply

    무섭네요.. 아무리 그래도 복수라는 것은 정말 극악의 상태일때 하는것인데. 저는 왠지 저 여학생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여자라서 편들어주는건 아니지만. 이런 사건은 왠지 딱 파가 나뉘어질 수 밖에 없는 그런 사건인듯 싶어요..

    • zizim 2008/02/12 14:45 a  x

      심정적으로는 딱하지만 몸통이 아닌 깃털을 향해 손에 피를 묻히는 복수를 행했다는 게 유감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사건 자체만큼이나 외지인에 대한 그 마을의 공격성(배타심과 적대감)도 무서웠어요.

  2. 까스뗄로 2008/02/09 01:24  a  x  reply

    아악, 이런 거 너무 화나고 끔찍해요. 전 여중생이나 할머니보다 마을 남자들이 너무 신경 쓰이는 걸요. 사적인 단죄도, 그 방법이 윤간이라는 것도 죄지만... 이런 사건을 만든 결정적인 악행은 마을 남자들이 저질렀잖아요. 근데 가해자/피해자도, 비난의 핵심도 할머니와 여중생(들)이 됐으니... 어우, 이거 꽤 울컥이에요.

    • zizim 2008/02/12 15:09 a  x

      덕분에 사건의 원흉인 마을 남자들은 스리슬쩍 묻어가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에휴. 깨어나서도 마음이 착잡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