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 청자, 방울, 귀신

호러매니아 커플이 시골 폐교를 방문했다. 운동장 뒤엔 교도소 담장만큼이나 높고 음산한 시멘트 담이 서 있었다. 통통하다 못해 뚱뚱한 도마뱀 한 마리가 담을 대각선으로 타오르더니 하늘을 날았다. 여자가 깜짝 놀라자 남자는 제 지식도 자랑할 겸 그녀를 안심시키려고 괴생물의 정체를 밝혔다. 저것은 하늘을 나는 뱀, 즉 날뱀이고 무독성이며 사람을 물지 않는다고. 안전하다는 설명에도 그녀는 (마치 우리 어머니처럼) 뱀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질겁해서, 도마뱀이 아니라 뱀이라면 왜 다리가 있느냐, 저리 굵은 몸으로 날개도 없이 어찌 나느냐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낡고 텅 빈 학교 건물로 들어서자 남자는 복도 신발장 위 여봐란듯이 놓인 청자에 방울을 투입했다. 그들보다 먼저 이 심령스폿을 방문했던 선배의 말에 따르면, 그렇게 해야 귀신들에게 발각되지 않고 무사히 둘러볼 수 있단다. 이런 의식 후 둘은 교실로 들어갔다. 구식 교복을 입은 여중생 넷이서 창백한 얼굴로 학예회용 연극에 몰입중. 그들에게서 생기가 조금도 감지되지 않아서(아니, 창백한 얼굴과 초점 없는 눈동자만으로도) 둘은 그들이 귀신임을 간파했다. 신파조 줄거리인데도 단순히 신파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깊은 슬픔이 은은히 흘렀다. 그 슬픔에 공명한 여자는 눈물…이 아니라 난데없이 경기를 일으켰다. 남자는 그녀를 진정시키려 애쓰는 중에도 방울이 친 결계가 깨져 귀신에게 발각되면 어쩌나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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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zim | 2008/01/14 11:28 | trackback 0 | commen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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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22 13:40  a  x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 zizim 2008/03/24 12:59 a  x

      태그 보시다시피 꿈 얘기고, 도중에 깨어서 다음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