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투덜투덜 버스만담
몇몇은 하차벨과 주위승객을 번갈아 쳐다보며 하차벨에 손이 갈락말락한다. 먼저 누르면 진다는 기묘한 경쟁심. 남이 끓여준 라면이 더 맛있다는 심보인지, 자기가 내릴 차례임에도 손가락 까닥하기 귀찮을 만큼 지쳐서 누가 대신 눌러주길 바라는 심보인지. 가장 성급한 사람이 가장 먼저 벨을 누르고 나머지는 안심한 표정으로 벨에서 시선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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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내릴 것도 아니면서 하차문에 뭉개고 서 있는 이들이 있다. 만원도 아니고 다른 설 곳 많은데도. 그들은 주로 핸드폰으로 수다를 떨거나 문자질을 한다. 딴 사람이 내리려 하면 방해되지 않도록 비켜주는 기본센스도 없다. 난 그런 치들을 일부러 거세게 밀치며 내린다. 아니, 밀치지 않으면 내릴 수가 없다. 사람 좀 내리자고 좋게좋게 말로 해도 들은체 만체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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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에서 집으로 가는 503번 버스에서 하늘 사진을 찍던 날이었다. 새파란 교복의 여고생 둘이 맨 뒷좌석에서 소란을 피웠다. 등하교시간 학생들 수다를 한두 번 겪는 처지도 아니건만, 그날따라 신경이 날카로웠고 그들의 성량은 고함 수준이었다. 마음은 '학생들 조용히 못해? 여기가 너네 안방이야?!'라고 외쳤지만 소심한 입에서는 "아이씨!" 소리만 나왔다. 순간 둘은 아이씨 반사를 날리며 낄낄댔다. 손에 든 디카를 그쪽으로 들이대며 찍지는 않고 찍는 시늉만 했더니 잠시나마 목소리가 낮아졌다. 걔들은 버스에서 내리면서 또 다시 회심의 반사를 날림으로써 그들 나름의 보복을 했다. 나중에 생각하니 디카 들이대기는 위험한 짓이었다. 만약 내게 달려들어 디카를 빼앗고 부쉈다면? 그 디카는 내 물건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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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느 자리에 앉든, 좌석은 다 찼으나 설 곳은 많을 때 사람들은 딴 데 놔두고 내 앞에 먼저 서곤 한다. 자의식으로 인한 착각이 아닌가 해서 세어보니 정말 그렇다. 관찰결과 서서 가는 승객은 책가방 맨 학생, 옷차림 수수한 사람, 인상 희미한(여자라면 화장기 없는) 사람 앞에 먼저 서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제길슨. 그럼 이제부터 배낭형 책가방 대신 고급스런 숄더백을 메고 화장도 좀 하고 옷도 예쁘게 차려입고 버스 타야 하나? 귀찮으니 차라리 순간의 불쾌함을 감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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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가다 보면 아줌마가 바짝 달라붙어 서서 다리에 다리를 치대면서 얼른 비키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한다. 노인이라면 모를까 한창 원기왕성한 3, 40대 주부에게 자리를 양보할 의향일랑 눈곱만큼도 없다. 그럴 땐 가방에서 책을 꺼내 열심히 공부하는 척한다. 차 안에서 독서는 속이 울렁거려 피하나, 이때만큼은 차라리 울렁거림이 더 낫다. 아줌마는 슬그머니 다른 데로 옮기거나 최소한 다리치기는 멈춘다. 물론 이 방법도 소용없을 정도로 뻔뻔하고 대담한 아줌마도 있다. 그런다고 비킬 줄 아나? 끝까지 버틴다.
*
전직 레이서인가 싶을 정도로 속도를 즐기는 버스기사가 종종 있다. 그들의 과속엔 웬만큼은 익숙하다. 허나 과속도 과속 나름이지, 하루는 이러다 정말 사고낸다 싶었다. 정의감 넘치는 한 아저씨가 운전 좀 살살 하라고 외쳐도 기사는 속도를 즐겼다. 얼굴을 슬쩍 보니 벌겋진 않은데. 술이 아니라 약을 했나. 무슨 불쾌한 일을 겪고 승객에게 화풀이하고 있나. 다행히 사고는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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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불편함과 불쾌함에도 버스를 타는 이유는 '낭창하게' 풍경 내다보기의 즐거움이다.
Tag | 난폭운전,
버스,
아줌마,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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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내릴 것도 아니면서 하차문에 뭉개고 서 있는 이들이 있다. 만원도 아니고 다른 설 곳 많은데도. 그들은 주로 핸드폰으로 수다를 떨거나 문자질을 한다. 딴 사람이 내리려 하면 방해되지 않도록 비켜주는 기본센스도 없다. 난 그런 치들을 일부러 거세게 밀치며 내린다. 아니, 밀치지 않으면 내릴 수가 없다. 사람 좀 내리자고 좋게좋게 말로 해도 들은체 만체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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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에서 집으로 가는 503번 버스에서 하늘 사진을 찍던 날이었다. 새파란 교복의 여고생 둘이 맨 뒷좌석에서 소란을 피웠다. 등하교시간 학생들 수다를 한두 번 겪는 처지도 아니건만, 그날따라 신경이 날카로웠고 그들의 성량은 고함 수준이었다. 마음은 '학생들 조용히 못해? 여기가 너네 안방이야?!'라고 외쳤지만 소심한 입에서는 "아이씨!" 소리만 나왔다. 순간 둘은 아이씨 반사를 날리며 낄낄댔다. 손에 든 디카를 그쪽으로 들이대며 찍지는 않고 찍는 시늉만 했더니 잠시나마 목소리가 낮아졌다. 걔들은 버스에서 내리면서 또 다시 회심의 반사를 날림으로써 그들 나름의 보복을 했다. 나중에 생각하니 디카 들이대기는 위험한 짓이었다. 만약 내게 달려들어 디카를 빼앗고 부쉈다면? 그 디카는 내 물건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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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느 자리에 앉든, 좌석은 다 찼으나 설 곳은 많을 때 사람들은 딴 데 놔두고 내 앞에 먼저 서곤 한다. 자의식으로 인한 착각이 아닌가 해서 세어보니 정말 그렇다. 관찰결과 서서 가는 승객은 책가방 맨 학생, 옷차림 수수한 사람, 인상 희미한(여자라면 화장기 없는) 사람 앞에 먼저 서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제길슨. 그럼 이제부터 배낭형 책가방 대신 고급스런 숄더백을 메고 화장도 좀 하고 옷도 예쁘게 차려입고 버스 타야 하나? 귀찮으니 차라리 순간의 불쾌함을 감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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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가다 보면 아줌마가 바짝 달라붙어 서서 다리에 다리를 치대면서 얼른 비키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한다. 노인이라면 모를까 한창 원기왕성한 3, 40대 주부에게 자리를 양보할 의향일랑 눈곱만큼도 없다. 그럴 땐 가방에서 책을 꺼내 열심히 공부하는 척한다. 차 안에서 독서는 속이 울렁거려 피하나, 이때만큼은 차라리 울렁거림이 더 낫다. 아줌마는 슬그머니 다른 데로 옮기거나 최소한 다리치기는 멈춘다. 물론 이 방법도 소용없을 정도로 뻔뻔하고 대담한 아줌마도 있다. 그런다고 비킬 줄 아나? 끝까지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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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레이서인가 싶을 정도로 속도를 즐기는 버스기사가 종종 있다. 그들의 과속엔 웬만큼은 익숙하다. 허나 과속도 과속 나름이지, 하루는 이러다 정말 사고낸다 싶었다. 정의감 넘치는 한 아저씨가 운전 좀 살살 하라고 외쳐도 기사는 속도를 즐겼다. 얼굴을 슬쩍 보니 벌겋진 않은데. 술이 아니라 약을 했나. 무슨 불쾌한 일을 겪고 승객에게 화풀이하고 있나. 다행히 사고는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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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불편함과 불쾌함에도 버스를 타는 이유는 '낭창하게' 풍경 내다보기의 즐거움이다.
by zizim | 2007/08/28 10:31 | trackback 0 | comment 12

저도 지하철보다 버스쪽이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하늘도 계속 볼 수 있고 말이죠..
그 대신 지하철은 제때 오고 난폭운전도 없고 지하철역에서 전시회와 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저희 집 근처에 지하철 있다면 그거 타고 다녔을 겁니다.
읽다보니 공감가는게 너무 많아요.. (ㅜㅜ)
갈아타는게 불편해도 버스를 타게되는건 뭐니뭐니해도 밖의 풍경을 보는게 즐겁기때문이죠..
개인적으로 아줌마들의 비키라는 무언의 압박은 꽤 무섭더군요.. 그래도 다행히 책보고 있으면 알아서 다른곳으로 가니까 다행이지만요.
그렇죠? 책이 효과가 참 좋아요. 십중팔구는 '이 학생 내리려면 한참 멀었나 보다'라며 이동하니까요. 간혹 더 바짝 달라붙거나 책 내용을 보려는 아줌마에게는 책을 창가로 돌리고 열심히 입으로 읽는 시늉을 해요. :$
기묘한 경쟁심...ㅋㅋㅋ
누르는 사람은 시다인거다..ㅎㅎ
제가 바로 그 성급한 사람입니다.(;;)
비밀댓글 입니다
힘에서 밀릴까봐 남자는 놔두고 여자에게만 그런다니 전형적인 해바라기(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영감님들이네요. 그래도 여기는 아직 인심이 덜 거칠어져선지 대놓고 호통치는 할아버지는 거의 없어요. 술 취해 애꿎은 사람한테 시비거는 아저씨나 할아버지는 가끔 있지만요.
비밀댓글 입니다
예의가 없는 쪽은 그 할아버지네요. 동방예의지국은 무슨 얼어죽을~; 예의범절은 상호적, 양방향적이거늘 무조건 나이로 밀어붙이는 어르신들 보면 참 나잇값 못한달까 세월을 헛먹었달까, 늙으면 애가 된다는 속담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분들입니다. 대접받을 만한 언행을 보여야 대접하고픈 맘이 저절로 우러나지 않겠어요? 지하철은 잠들기 쉽겠어요. 말씀하신 대로 버스는 좀 힘들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운전 땜에 흔들림이 심해서 아무리 피곤해도 살짝 졸다가 깨다가 해요.
저는 은근히 먼저 누르면 안되, 먼저 누르면 안되를 속으로 중얼 거리며 끝까지 기다린 경우가 많은것 같군요.;
저는 은근히 경쟁 번호(?;;) 버스끼리 스피드 대결을 하는 것을 즐기고 있답니다.-ㅅ-;
역시 끝까지 참는 자가 이기는(?) 거군요. 경쟁번호버스 간의 스피드 대결이라, 재미있네요. 어쩐지 기사들에게서 레이서의 오라가 풍기더라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