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한신을 읊은 시 5수(중국)


당시삼백수
행로난(行路難) 2수 중에서 - 이백(李白, 701~762)

회음의 시정배들 한신을 비웃었고
한조의 공경들은 가생을 시기했다.    
淮陰市井笑韓信
漢朝公卿忌賈生 (p337-340)

→ 세상 인간들은 어리석은 주제에 샘만 많구나. 에라이 더러운 세상~! 이런 외침.



조직의 생존전략
종군사(從軍詞) 3수 중에서 - 왕애(王涯, ?~835)

과갑 오래간만에 군대와 함께,
풍운 군대배치의 어려움을 안다.    
오늘 아침 한신을 우러러보고,
날을 잡아 성안을 베겠다.
戈甲從軍久,
風雲識陣難.
今朝拜韓信,
計日斬成安. (p120)

→ 팬심이 이보다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시 있으면 제보 바란다. '한신을 우러러보고'에서 말 다했다, 말이 필요없다, 최고~! 성안은 조나라의 성안군 진여를 가리킨다. 한신이 진여를 KO 시켰듯이 자신도 그러한 공적을 세우기를 희구한다. 방 안에 한신 초상화를 걸어놓고 올려다보며 "제게 힘을 주소서!" 기도했을 것만 같다. 왕애 이 사람에게서 동족의 냄새가 난다. 아니, 나보다 더하다. 골수 한신빠다.



왕안석 시가문학연구
한신(李六105) - 왕안석(王安石, 1021~1086)

빈한한 자 억누르고 부귀해지면 교만하니,
공명은 두번 다시 나무꾼에게 달려있지 않았네.    
장군은 북면하여 항복한 포로 섬겼으니,
이런 일 인간세상에 오래토록 적막하오.
貧賤侵凌富貴驕,
功名無復在芻蕘.
將軍北面師降虜,
此事人間久寂寥. (p517)

→ 조를 격파한 후 한신은 포로가 된 이좌거를 풀어주고 조언을 구했다. '북면'은 스승 앞에서 제자의 좌위(앉는 자리의 위치) 또는 임금 앞에서 신하의 좌위로, 작품에서는 앞의 의미. (그러나 사기에서는 남북이 아니라 동서로 마주앉았다.) 부귀해지면 교만해지기 일쑤인 세상 사람들에게 한신의 자세를 본받으라는 뜻에서 이 일화를 언급했으니, 이 일이 세상에 적막하다는 풀이는 언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런 일 세상에 드물다 내지는 이런 일에 비해 세상은 적막하다가 맥락상 적합해 보인다. 한문에 능통한 분들의 조언 바란다.



중국시가선
산남의 노래(山南行) 중에서 - 육유(陸游, 1125~1210)

옛날부터 전해오는 뚜렷한 흥망의 자취,    
눈에 보이는 산천은 오히려 전과 같다.
한신 장군의 단상에는 찬 구름이 낮고,
제갈 승상의 사당에는 봄 해가 저문다.
古來歷歷興亡處.
擧目山川尙如故.
將軍壇上冷雲低,
丞相祠前春日暮. (p1150)

→ 흥망의 자취가 서린 유적지와 여전히 변함없는 산천, 인간사 무상함과 자연의 무궁함을 비교한다. 찬 구름과 저무는 봄 해의 심상이 적막함을 자아낸다. 그나저나 이 사람 한신과 제갈량을 좋아하는 겐가, 크크크.



중국시가선
은퇴(中呂朝天子退隱) 중에서 - 장양호(張養浩, 1270~1329)

엄자릉이 낚시하던 여울,
한원수가 배명되던 단상,
그 어딘들 우환이 없겠는고?    
嚴子陵釣灘.
韓元帥將壇.
那一個無憂患. (p1041)

→ 엄자릉은 후한 광무제와 동문인 엄광. 한원수는 아시다시피 한신. 벼슬을 버리고 내려온 감회를 읊었지만, 은둔을 찬양하는 대개의 은일시가와는 달리 엄광이 한가로이 낚시하던 여울에도 우환은 있다고 노래한다. 우환은 밖이 아니라 안에서 즉 마음에서 오며, 사람이 살아가는 이상 근심 걱정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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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zim | 2007/08/23 17:52 | trackback 0 | comment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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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kongchi 2007/08/24 19:40  a  x  reply

    왕애라는 사람도 장군이었나 보군요. 초상화를 걸어뒀을 정도면...정말 골수죠..ㅎㅎ

    • zizim 2007/08/24 21:25 a  x

      당나라 말기 재상으로 위 시는 검남동천과 삼남서도의 절도사를 역임하던 시절에 쓴 시입니다. 초상화 운운은 순전히 제 망상입니다. 마음속으로 떠올리며 우러러봤는지도 몰라요. 다만 저렇게 노골적으로 한신에 대한 동경과 존경을 표하고 '성안을 베겠다'며 자신을 한신과 동일시할 정도라면, 초상화를 걸어뒀으리란 상상도 충분히 가능하죠. ;-)

  2. 로키&카에데 2007/08/25 15:24  a  x  reply

    한신과 제갈량... 둘 다 멋진 인물이죠. 어쩐지 비운의 주인공(?) 같다는 느낌도 있고...후후;
    사람들은 너무 잘난 사람을 시기하기 마련인 모양입니다.

    • zizim 2007/08/26 09:53 a  x

      둘 다 비운의 주인공이지만 아무리 팬심으로 좋게 보려도 한신의 최후는 아름답진 않아요. '어휴 왜 낚였니, 왜 낚였어?' 소리가 절로 나오죠. 혹자는 최후 좀 찌질하다고 해서 무시하지 말라고 했지만, 만약 그가 (좀 진중하지 못한) 후회의 말을 남기지 않고 끝까지 침묵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네요.

  3. snow 2008/05/20 18:39  a  x  reply

    지짐님께 묻고싶은게 있는데요,(글이랑 좀 상관이없음;) 초한지가 작자미상의 소설인데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모아 만든 건가요. 아니면 사기가 나온 이후에 초한시대에 관한 이야기들이 저술된 것을 한데 모아서 만든 건가요? 제가 만화책으로 읽었을 때 나온 한신의 광무산전투, 한신이 잔도로 들어가기까지 길을 가르쳐준 나무꾼을 죽이고 후에 묘를 만들어주었다는 얘기등등.. 이런 것은 사기의 회음후열전 같은곳에는 전혀 나오질 않아서 왠지모를 배신감에 씁쓸;;

    • zizim 2008/05/22 10:54 a  x

      후세 사람들이 사기, 한서 등 사료를 바탕으로, 항간에 떠도는 야담과 작가적 상상력을 덧붙인 소설입니다. 그러니 허구적 요소가 많을 수밖에요. *참고 : http://blog.naver.com/bwind00/120006687008
      오늘날 접할 수 있는 여러 초한지의 모태는 명나라 종산거사 견위(鍾山居士 甄偉)의 "서한연의(西漢演義)"이고, 조선에서는 서한연의 번역본과 "서한전(西漢傳)", "초한전(楚漢傳)" 등이 읽혔다고 합니다.

  4. snow 2008/05/20 18:41  a  x  reply

    아무래도 제가 초한지에 관한 책이 별로 없어서 헷갈리는 부분을 물어봅니다.;ㅅ;

    • zizim 2008/05/21 21:55 a  x

      저도 소장한 책은 별로 없어요. 주머니가 얇아 도서관과 웹검색으로 때우는 형편입니다.;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