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희한한 여자
전산소에서 서핑하던 중 내 옆에 앉은 그녀는 연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자기 집 안방이 아니라 공공장소라는 사실도 잊고. 조용히 하라고 지적하기엔 도저히 말이 통할 상대로 보이지 않았다. 모니터를 물끄러미 보며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하고, 5~10분 간격으로 자리를 비우다가 되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일어나 이동할 때마다 바닥이 쿵쿵 울리는 까닭은 초비만이어서 그렇다 쳐도 투명인간이라도 때리듯 "AC!" 하며 허공에 싸대기를 날리는 데는 의아할 따름이었다. 상궤에서 벗어난 행동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는 그녀. 행색도 하 수상해 옷차림은 남루하고 머리는 헝클어졌다. 속된 말로 '살짝 맛이 가' 보였다.
그래도 그녀는 버스에서 본 여인만큼 희한하지는 않았다. 웬 초췌한 여인네가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를 껴안(는 팔동작을 취하)고 넋나간 눈빛으로 아가야 아가야 중얼거리는 바람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가 안은 투명아기가 그녀에게 씐 아기귀신이건 정신적 충격이 만들어낸 환영이건, 두 가설 다 유쾌하진 않아서 차라리 연기지망생의 연기연습 내지 승객들의 반응을 떠보려는 몰래카메라쯤으로 믿고 싶어졌다.
그러나 전산소의 그녀가 단순한 무개념 인간이고 버스 뒷좌석의 그녀가 유산이나 낙태 등으로 일시적 혼란에 빠진 것에 불과하다면, 정작 희한한 여자는 그들을 희한한 인간으로 바라본 나다. 누군가가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할 때 '왜?'를 묻기 전에(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추측하고 참작하기 전에) 우선 이상한 사람 취급부터 하고 보는 짓. 이해되지 않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낯설면서 혐오스런 대상을 비정상으로 단정함으로써 불쾌와 공포를 손쉽게 지워버리고 덤으로 나는 저렇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안도감까지 얻는 짓. 나 자신과 주위사람 이해하기도 벅찬 판국에 한번 스쳐가는 낯선 이의 행동까지 일일이 이해하고 수용하기란 불가능하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최소한 함부로 낙인찍지는 않는 게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겠구나 싶은 월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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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소
그래도 그녀는 버스에서 본 여인만큼 희한하지는 않았다. 웬 초췌한 여인네가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를 껴안(는 팔동작을 취하)고 넋나간 눈빛으로 아가야 아가야 중얼거리는 바람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가 안은 투명아기가 그녀에게 씐 아기귀신이건 정신적 충격이 만들어낸 환영이건, 두 가설 다 유쾌하진 않아서 차라리 연기지망생의 연기연습 내지 승객들의 반응을 떠보려는 몰래카메라쯤으로 믿고 싶어졌다.
그러나 전산소의 그녀가 단순한 무개념 인간이고 버스 뒷좌석의 그녀가 유산이나 낙태 등으로 일시적 혼란에 빠진 것에 불과하다면, 정작 희한한 여자는 그들을 희한한 인간으로 바라본 나다. 누군가가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할 때 '왜?'를 묻기 전에(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추측하고 참작하기 전에) 우선 이상한 사람 취급부터 하고 보는 짓. 이해되지 않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낯설면서 혐오스런 대상을 비정상으로 단정함으로써 불쾌와 공포를 손쉽게 지워버리고 덤으로 나는 저렇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안도감까지 얻는 짓. 나 자신과 주위사람 이해하기도 벅찬 판국에 한번 스쳐가는 낯선 이의 행동까지 일일이 이해하고 수용하기란 불가능하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최소한 함부로 낙인찍지는 않는 게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겠구나 싶은 월요일 오후.
by zizim | 2007/05/28 15:20 | trackback 0 | comment 8

날마다 좋은 날 되세요^^
장돌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특이한 경험을 연타로 하셨군요. ~.~
로또하기 좋은 날일지도 모르겠네요;;
정말 로또대박의 암시였음 좋겠어요.
두번째 여자는 마치 밀양의 이신애(전도연)같네요.
듣고 보니 비슷하네요. :3
불쾌와 공포... 음~ 그렇게 느끼는 사람도 있군요.
가까이 왔을 때 냄새가 나면... ㄱ- 좀 난감하긴 하더군요.
입냄새라든지 머리냄새, 많이 난감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