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폭주하는 한신잡담

lunamoth님과 rainydoll님이 사용중인 스킨의 제작자 블로그 Beat Generation에 들렀더니 사이드바에 달린 타로점에서 과거에 대한 집착(Clinging to the past) 카드가 나왔다. [과거에 집착하는 것은 순전히 어리석음. 그대는 엎질러진 물 때문에 울고 있다. 가버린 것은 가버린 것이다!] 설, 설마 이것은! '왜 그랬니 왜 그랬어?' 삽질 그만하라는 의미인가? 하지만 가슴 속에선 과거가 아니라 망상과 함께 버젓이 살아숨쉬는 현재란 말이다, 버럭! 사고다발지역이란 이름을 감정다발지역, 버닝다발지역으로 확 바꿔버릴까.
*
한신의 과하지욕(袴下之辱) 고사는 스스로 자초한 일이므로 대망을 위해 한때 수치를 참는 인내심으로 칭송받을 일이 아니며 오히려 그 상황에서 참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는 글을 어느 블로그에서 읽었다. (읽은 즉시 주소를 캐치하지 않고 넘어갔더니 어디서 봤는지 잊었다.) 자초한 일이라는 말은, 그가 정말 신중한 인물이었다면 장검을 차고 다니는 과시적 행동을 아예 하지 않음으로써 불량배에게 찍히지 않았으리라는 얘기다. 그런데 정말 그런 상황에서 백이면 백 누구나 참지는 못하잖아. 욱하고 터지는 사람 없다고는 못한다. 그리고 한신이 과시용으로 장검을 차고 다녔다는데 글쎄, 뭐 찢어지게 가난해도 쌀로 바꾸지 않고(교환가치가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한시도 몸에서 떼지 않을 정도면 본인에겐 사연이 담긴 굉장히 소중한 물건은 아니었을까.
*
일전에 한신 꿈을 꿨다. 이케가미 료이치의 초한지(물론 꿈에만 존재하는 가공의 작품)를 읽던 중 한신이 역심을 품고 있다는 상소를 받은 유방은 반신반의하고 소하는 그럴 리가 없다고,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상소내용을 의심하는 대목이었다. 이케가미 료이치 "신삼국지"를 보며 가진 '초한지도 내주면 좋을 텐데.'라는 바램과, 한신은 모반을 꾀하지 않았다고 믿고픈 바램이 결합된 소하한신 꿈. 삼국지 쪽은 너무 방대해서 손대기 겁날 지경인데 초한지 쪽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소설로는 나를 주화입마…가 아니라 한신버닝에 들게 한 시바 료타로 항우와 유방, 김홍신 초한지와 정비석 초한지, 시바씨 항유를 참고한 듯한 유재주 초한지, 만화로는 한신이 애절꽃미남인 고우영 초한지, 구하기 어려워 아직 못 본 요코야마 항우와 유방, 대략 난감한 적룡왕, 어린이 학습만화인 문정후 초한지 말고 또 있나? 아직도 배고프단 말이다.
*
소설 "항우와 유방"의 한신 성격유형 2차 고찰에서 INTJ 또는 ISTP로 추측하고 INTP는 제쳤지만 작품을 다시 보니 J보단 P답다. 아우구스투스, 한니발 등 다른 INTJ 유명인보다 포스가 딸린다거나 독기와 집요함이 부족하다거나 따위의 이유는 절대 아니다? J의 근거로 든 특징은 그의 천성 내지 자연스런 모습보다는 역할과 직위의 특성에 기인한다. 그는 대개의 P들이 그러하듯 유사시엔 빠릿해도 평소엔 느긋하다. (재미있게도 다른 여러 작품과 팬픽에서도 P답다.) 그래서 I*TP로 추정하던 차에 리퍼러를 통해 chaos님 글 INTP와 정치를 봤더니 INTP 지식인상에 한신이 포함되어 있다. 그냥도 아니고 무려 '전형적인' INTP라는 의견이다. 글을 읽어보니 납득하지 않을 수 없다. 저번 1차 고찰에서 제시한 INTP라기엔 의심스런 점(INTP였다면 머릿속 시뮬레이션으로 만족했으리라는)도 [자극을 주는 인물을 만나 필받으면 누구보다 강력한 추진력을 갖는다.]는 진술로 말끔히 해소된다. 뭐, 어떤 유형이건 한신은 한신이다.
Tag | , , , , , , ,
by zizim | 2007/04/25 17:17 | trackback 0 | comment 8

http://zizim.tistory.com/trackback/355

  1. 치오네 2007/04/25 18:39  a  x  reply

    와, 저는 연인 카드가 나왔습니다. 계속 한신 버닝을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까요? ^^

    전 한신이 10년만 더 일찍 태어났더라면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10년만 더 일찍 태어났더라면, 항우/유방과 대적해서 하나의 세력을 이룰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저에게 한신은 야망을 가진 인물이라서,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슬퍼집니다.
    한신이 장검을 차고 다닌 것도 전 야심을 내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봤거든요. 어쨌든 나는 천하를 논해보려 하오-라는. 그냥 이리 저리 다니는 백면서생이 아니라 말이지요. 그런 한신의 속을 읽지 못하고 건드리던 불량배들을 참아넘기다니, 역시 한신에겐 대인의 풍모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저나 고우영의 초한지, 아는 사람네 집에 빌려줘서 지금 없는데... 다시 읽고 싶어요. 한신, 한신, 가지마- 가면 안돼-하고 울면서 말이지요.

    • zizim 2007/04/26 14:25 a  x

      무려 연인 카드입니까?! 저는 계속 엉뚱한 카드만 나옵니다.(흑흑) 그래도 꿋꿋이 버닝할 테야요.
      10년만 더 일찍, 이라고 하시니까 일본 전국말의 무장 다테 마사무네가 떠오르네요. 오래 살다가 편안하게(?) 죽었지만, 능력을 펼쳐보일 수 있을 만큼 장성했을 때 하필이면 열도통일이 거의 완성된 고로(타이밍이 참 뭣하죠;) 후세인들로부터 '늦게 태어난 전국무장'으로 불리는 안습한 무장입니다. 그 사람보단 한신이 훨씬 화려하게 재능을 꽃피우다 갔다고 (제멋대로) 간주하면서 마음을 달랩니다. 그런데 마사무네가 남긴 유훈은 이런 말로 끝나요. [믿음이 지나치면 손해를 입게 된다.] 이 말 들으니까 한신이 소하에게 낚여 돌이킬 수 없는 발걸음을 떼버린 게 떠올라서 안구에 쓰나미가...(통곡)
      한신에게 굴욕을 안겼던 불량배들이 훗날 어마어마하게 높아진 그를 보고 깜짝 놀라는 대목은 얼마나 통쾌한지 모르겠어요. :D

  2. 브루하 2007/04/26 13:03  a  x  reply

    계속 본문과 관련 없는 ...댓글을 ㅠㅠ

    1. 좀 제 자신이 얌체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 제꺼 블로그에 글도 잘 안쓰면서 , 지인들 블로그 구경은 많이 다니고 ^^ 다른 사람 블로그에 댓글은 잘 쓰면서 , 제꺼 블로그는 정작 잘 관리 안하는 ^^ 양심에 찔립니다. 양심선언해요~~

    2. 아참. 그리고, 제가 용기를 내서요. 제가 참여하고 있는 다음카페 정모에 참석하기로 했답니다^^ 제 용기낸 것을 축하해주세요 ~~ (죽을라고?)

    어쨌든.

    갑자기 자랑질 하고 싶어져서 ^^ 정모참석 정모참석 ㅋㅋ이야 신난다 (지 할일도 못하면서 ㅠ) 아악 자책모드 ㅠㅠ 그래도 모여서 영화도 보고 놀기로 했는데 ㅋㅋ

    지금 할일이 산더미 처럼 쌓였는데 ㅠ 뭐하는 짓이냐
    ...라고 자책을 하지만...그래도 하고 싶은 걸 어떡해요 ㅋㅋ
    대략 결론은 자랑질 ㅠ

    • zizim 2007/04/26 14:39 a  x

      본문과 관련없는 댓글 괜찮아요. 어차피 방명록이 없으니까...;;

      1. 얌체 아니신데요. 오히려 주는 것 없이 받고만 싶어하는 사람, 즉 다른 블로그는 아예 돌아보지도 않으면서 자기 블로그에 댓글 많이 달리길 바라는 사람(이런 사람 아직 못 봤지만)이 얌체라 생각되는데요. 관리에 부담 갖지 마시고 쓰고 싶을 때 쓰시와요. 릴랙스~*

      2. 정모라, 부럽네요. 각종 정모에 활발하게 참석했던 옛날 생각도 나고요. 그때가 호시절이었는데...(퍽) 암튼 용기를 내서 정모참석 결정하신 것 축하드려요^^

  3. 도해 2007/04/26 13:42  a  x  reply

    오 저도 연인카드가 나왔어요. 저거 신기하네요+_+ 나도 달아볼까....

    버닝다발지역 멋져요! >.<

    • zizim 2007/04/26 14:43 a  x

      타로점 달려면 DB를 직접 건드려야 해서 아쉽게도 티스토리에는 적용 불가능해요. :0

  4. snow 2008/04/20 13:03  a  x  reply

    어린이용 학습 만화........긴 하지만 워낙 잘그리시다보니 문정후님 초한지도 꽤 한신 버닝에 도움을 줬습니다 _ _*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장검을 차고 다니고 표모에게 밥을 빌어먹을 때는 왠지 시정잡배들에게 찍히든지 말든지 하며 '그래, 한번 건드려 보시지' 하는 오기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이 드네요.그러다 나중에 결정적인 순간에 화를 참는 식으로[억지같음;;] 그리고 표모한테 밥을 빌어먹을때도 꾸중을 듣든지 말든지 하며 언젠가 이 은혜를 갚겠다고 하죠. 의외로 자존심이 엄청 셀지도 모르겠어요.

    • zizim 2008/04/26 02:08 a  x

      찍히든지 말든지라는 태도와 한번 건드려 보시지!라는 오기는 서로 다른 것 같습니다. 전자는 남의 시선과 반응을 별로 의식하지 않고 가볍게 넘기는 태도이고, 후자의 오기와 간접도발은 남을 의식하는 태도니까요. 양쪽 다 찍힘, 시비 같은 부정적 반응을 미리 걱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겹치네요.
      밥을 준 표모에게 은혜갚음 발언은 진심 어린 감사였다고, 꾸중을 듣든지 말든지가 아니라 꾸중들을 줄은 예상 못했으리라고 저는 생각해요. 자존심이 셀지도 모른다는 말씀엔 동감입니다. 특히 금의환향 때의 조치(표모에게 천금으로 보답하고 남창 정장에겐 1백전만 주며 소인이라 꾸짖음)가 그렇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