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햇볕이 두려운 눈사람
1. 슬퍼서 우는 건 어떤 느낌일까? 모욕당한 게 분해서, 견디기 어려운 무력감에 분해서 눈물난 적은 있다. 그러나 자타에 대한 분노가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슬픔으로 말미암아 운 적은 없다. 드라마와 영화를 보며 울고 불우이웃과 난치병 아이가 등장하는 프로그램을 보며 울고 친구의 실연 얘기를 들으며 울고, 오만가지 이유로 잘도 우는 사람들은 나와 다른 세계의 사람들 같다. 아니, 내가 그들과 다른 세계 사람이려나. 의도적으로 눈물을 짜내는 매체를 경멸하고 실제 주변에서 동정과 연민을 유발하는 사람 및 상황에 맞닥뜨려도 덤덤하다.
머리로는 딱한 처지라고 생각하는데(그전에 원인과 책임소재 등 분석부터 하지만) 그 생각이 가슴에까지 전달되지 않는다. 즉 나의 공감은 인지적 공감이지 심정적 공감이 아니다. 머리와 가슴의 간격이 그만큼 멀다. 남의 불행은 물론 내 인생에 닥친 불행에도 그런 식이다. 슬퍼하고 낙담한다고 실질적으로 뭐가 해결되지? 정신에너지만 소모할 뿐이라는 생각 때문에, 나와 같은 일을 겪은 타인들이 눈 벌게지게 울거나 술독에 빠지거나 하며 서러움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는 행위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할 마음도 없다. 그렇기에 가끔 꿈속의 내가 강아지의 죽음에 서럽게 우는 것도 꿈 밖의 나는 이해되지 않는다. 운다고 죽은 강아지가 살아나?
2. 사물에는 쉽게 반한다. 사람에겐 쉽게 반하지 않는다. 아니, 반하길 두려워한다. 설령 그게 '안전한' 책 속 인물일지라도. 한신에게 낚이려는 요즘 자신에게 끊임없이 되뇐다. 허무하게 개죽음당한 녀석이 뭐가 좋다고, 그의 죽음은 그가 자초한 거야, 장량이 더 멋진데 왜 하필 한신에게 낚이는 거냐, 라고. 그보다 앞서 히지카타에 낚이기 시작할 무렵에도 '신센구미=시대착오적 정치깡패'라는 안티글을 열심히 검색해 읽으며 낚이지 않으려 했다.
현실의, 바로 주변의 사람에게 호감과 이끌림을 느낄 때도 그 감정 그대로를 자연스레 인정하지 못하고 상대의 단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분석한다. 그 결과 장점이 단점을 웃돌면 마음 놓고 반한다. 감정이 이성의 통제를 벗어날 때, 즉 상대의 단점이 눈에 확 띄고 나와 맞지 않다는 판단이 서는데도 불가항력으로 빠져들 때 나 자신이 참 바보같이 여겨진다. 아니, 절대로 바보가 되지 않으려는 몸짓이야말로 바보의 몸짓일지도.
3. 보시다시피 내 블로그엔 방명록이 없다. 안부글에 어떻게 반응할지 한참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블로그 방명록에도 웬만해선 발자국 남기지 않는다. 어쩌다 남기더라도 안부글이 아니라 짤막한 정보성 링크다. 방명록을 통한 사적이고 온정적인 교류보다는 본문을 통한 관심분야의 정보 및 생각 교류가 맘 편하다고나 할까. (전에 언급했던 인정욕구 운운도 단순한 '날 봐줘!'가 아니라 드라마 토시이에와 신센구미 얘기를 함께 나눌 사람을 찾으려는 욕심이었다.) 싸이월드, 채팅, 메신저 등을 꺼리는 이유도 그것들이 사적이고 개인적인 교류의 장이기 때문이다. 메일 또한 공적으로 이용하며 사적 이용을 꺼린다.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직접적이고 사적인 교류보다 일과 취미를 매개체로 한 간접적이고 덜 끈끈한 관계를 절대적으로 선호한다. 따라서 집단의 목적성에 많이 구애받는다. 일 자체보다 인화단결, 가족적 분위기를 중시하는 집단에 대해서는 일단 구성원의 능력을 의심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내게 지나치게(?) 잘해주거나 깊은 관심을 보여오는 개인에게는 뭔가 다른 목적이 있진 않나 경계하거나, 원치 않는 빚을 떠넘기는 듯해서 부담스럽다(근데 이건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지 않나?).
4. 어떤 이들은 나를 감정없는 사람 취급한다. 애교 있게 굴라, 마음의 문을 열라, 사랑을 해보라, 남의 속을 헤아려라, 머리 굴리지 말고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울려라 같은 충고들. 내게도 감정은 있지만 사람보다는 사물(자연, 시문, 음악)로 향하며, 왜 그런 감정이 생겨나고 타당한 감정인지 아닌지 검열함으로써 감정을 '보다 안전하고 덜 위협적이며 덜 미지적인' 것으로 바꿀 뿐이다. 반면 어떤 이들(아마도 극T)에게 나는 다소 감정적인 사람으로 비친다. T와 F 모두 어중간한 사람의 문틈새 고충. 감정회로분석은 일단 여기서 마친다.
Tag | 감정문제,
공감결여
머리로는 딱한 처지라고 생각하는데(그전에 원인과 책임소재 등 분석부터 하지만) 그 생각이 가슴에까지 전달되지 않는다. 즉 나의 공감은 인지적 공감이지 심정적 공감이 아니다. 머리와 가슴의 간격이 그만큼 멀다. 남의 불행은 물론 내 인생에 닥친 불행에도 그런 식이다. 슬퍼하고 낙담한다고 실질적으로 뭐가 해결되지? 정신에너지만 소모할 뿐이라는 생각 때문에, 나와 같은 일을 겪은 타인들이 눈 벌게지게 울거나 술독에 빠지거나 하며 서러움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는 행위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할 마음도 없다. 그렇기에 가끔 꿈속의 내가 강아지의 죽음에 서럽게 우는 것도 꿈 밖의 나는 이해되지 않는다. 운다고 죽은 강아지가 살아나?
2. 사물에는 쉽게 반한다. 사람에겐 쉽게 반하지 않는다. 아니, 반하길 두려워한다. 설령 그게 '안전한' 책 속 인물일지라도. 한신에게 낚이려는 요즘 자신에게 끊임없이 되뇐다. 허무하게 개죽음당한 녀석이 뭐가 좋다고, 그의 죽음은 그가 자초한 거야, 장량이 더 멋진데 왜 하필 한신에게 낚이는 거냐, 라고. 그보다 앞서 히지카타에 낚이기 시작할 무렵에도 '신센구미=시대착오적 정치깡패'라는 안티글을 열심히 검색해 읽으며 낚이지 않으려 했다.
현실의, 바로 주변의 사람에게 호감과 이끌림을 느낄 때도 그 감정 그대로를 자연스레 인정하지 못하고 상대의 단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분석한다. 그 결과 장점이 단점을 웃돌면 마음 놓고 반한다. 감정이 이성의 통제를 벗어날 때, 즉 상대의 단점이 눈에 확 띄고 나와 맞지 않다는 판단이 서는데도 불가항력으로 빠져들 때 나 자신이 참 바보같이 여겨진다. 아니, 절대로 바보가 되지 않으려는 몸짓이야말로 바보의 몸짓일지도.
3. 보시다시피 내 블로그엔 방명록이 없다. 안부글에 어떻게 반응할지 한참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블로그 방명록에도 웬만해선 발자국 남기지 않는다. 어쩌다 남기더라도 안부글이 아니라 짤막한 정보성 링크다. 방명록을 통한 사적이고 온정적인 교류보다는 본문을 통한 관심분야의 정보 및 생각 교류가 맘 편하다고나 할까. (전에 언급했던 인정욕구 운운도 단순한 '날 봐줘!'가 아니라 드라마 토시이에와 신센구미 얘기를 함께 나눌 사람을 찾으려는 욕심이었다.) 싸이월드, 채팅, 메신저 등을 꺼리는 이유도 그것들이 사적이고 개인적인 교류의 장이기 때문이다. 메일 또한 공적으로 이용하며 사적 이용을 꺼린다.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직접적이고 사적인 교류보다 일과 취미를 매개체로 한 간접적이고 덜 끈끈한 관계를 절대적으로 선호한다. 따라서 집단의 목적성에 많이 구애받는다. 일 자체보다 인화단결, 가족적 분위기를 중시하는 집단에 대해서는 일단 구성원의 능력을 의심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내게 지나치게(?) 잘해주거나 깊은 관심을 보여오는 개인에게는 뭔가 다른 목적이 있진 않나 경계하거나, 원치 않는 빚을 떠넘기는 듯해서 부담스럽다(근데 이건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지 않나?).
4. 어떤 이들은 나를 감정없는 사람 취급한다. 애교 있게 굴라, 마음의 문을 열라, 사랑을 해보라, 남의 속을 헤아려라, 머리 굴리지 말고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울려라 같은 충고들. 내게도 감정은 있지만 사람보다는 사물(자연, 시문, 음악)로 향하며, 왜 그런 감정이 생겨나고 타당한 감정인지 아닌지 검열함으로써 감정을 '보다 안전하고 덜 위협적이며 덜 미지적인' 것으로 바꿀 뿐이다. 반면 어떤 이들(아마도 극T)에게 나는 다소 감정적인 사람으로 비친다. T와 F 모두 어중간한 사람의 문틈새 고충. 감정회로분석은 일단 여기서 마친다.
by zizim | 2007/03/08 09:51 | trackback 0 | comment 6

저도 여태까지 슬퍼서 운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지난 일들을 생각하면, 내가 왜 울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냥 이럴땐 우는거지? 이러다가 운 기억도 있네요.-_-;
양성자님도 그러셨군요.(뭔가 동지의식) 지난날을 떠올리다 그땐 왜 울었나? 생각하면 부크러워용.
순간 놀랐습니다. 방명록이 없군요 :D
"사물에 쉽게 반한다"... 후.. 왠지 마음에 와닿는군요
블로그에 방명록이 필수요소는 아니고 좀 부담스럽기도 해서 제거했어요.
도대체 왜 내 눈에는 방명록이 없을까 했는데.. 아예 없는 거군요. 1번에서 의도적인 눈물 짜기에 걸리는 거 싫다는 거 정말 맞아요. 뭐, 그렇다고 항상 성공은 아니지만요. 2번에서 사람에 대한 호감이라.. 좋아해버리면 푹 빠지는 편입니다. 콩깍지를 제대로 쓰죠.[웃음]
방명록이 없는 대신 본문과 관계없는 댓글도 어느 정도는 허용합니다. 'INTP 성격유형에 대한 기술'이란 자료 보니까 [사람들의 마음을 쥐어짜내서 울게 만드는 영화를 본다고 가정하자. INTP는 그의 감정에 영향을 주려는 영화 제작자의 의도를 경멸하며 울기보다는 콧방귀를 뀔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더군요, 흐흐.(그러는 전 F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