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dle

문답과 테스트의 유행

from 잡담 2007/02/28 11:48
그것은 가벼운 여흥이자 숨돌리기다. 얘깃거리가 떨어져 가지만 그렇다고 한동안 침묵하면 손님이 줄어 외로워질까 걱정될 때 가장 손쉽게 발견 가능한 소재다. 어디 찾기만 쉬운가? 노력 대비 효과로 치면 이만큼 편한 소재도 없다. 일반적인 얘깃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풀어내야 하지만 문답은 이미 정해진 질문에 차례차례 답하면 된다. 글쓰기의 노고를 덜어주니 얼마나 친절하고 자비로운가. 질문 내용도 난해하지 않고 개인의 간단한 특성과 취향, 살아가며 한번쯤 겪는 경험에 대한 것이어서, 나도 나를 모르겠다는 사람이나 개인적 화제를 극도로 꺼리는 사람만 아니라면 대답이 어렵지 않다. 테스트는 더 간단해서 클릭 몇 번으로 결과풀이라는 이름의 얘깃거리가 척하고 출력된다.

이렇듯 손쉬우면서도 효과는 꽤 좋다. IT, 정치, 사회 이슈만한 대박은 못 터뜨려도, 문외한에겐 난해한 얘기나 사뭇 심각한 독백에 짐짓 눈팅만 하던 숨은 이들을 물 위로 끌어냄은 물론, 문답과 테스트를 매개체로 인연의 고리를 늘리고자 하는 사교적 블로거들의 악수(트랙백)를 받는다. 단골손님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킴은 물론이다. 위험부담도 적다. 최대효과로 치면 이슈글이 단연 왕이지만 악플러들의 짖는 소리를 감수해야 한다. 문답과 테스트는 논쟁성 제로 오락성 만점인 소재라 악플러로부터 안전하다. 최소노력으로 치면 펌글만한 게 없지만 출처표기를 하고 자기 생각을 덧붙여도 자가생산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곱잖게 보일 수 있다. 이에 반해 문답과 테스트는 실질적으로 절반 또는 그 이상이 펌이면서도 펌글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는다. 소극적 펌질이 아니라 해당 블로거 개인에 대한 정보로 받아들이는 암묵적 분위기가 깔린 모양이다.

이 점에서 두 놀이의 위상은 조금 다르다. 우문현답이라는 말도 있듯 문답은 설령 문항이 시시해도 달력 구멍 땜질하기나 배턴을 넘겨준 이웃에 대한 의리 지키기의 차원을 넘어 진지하게 성심성의껏 답하면 답변자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유용한 정보가 된다. 잘 작성된 문답글을 보면 그의 성향을 단시간에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 성격과 운세를 알려준다는 수많은 테스트는 실제로는 어떤 성격과 운세도 알려주지 않는다. 다들 그걸 알면서도 '재미'로 한다. 한쪽이 나쁜 말에 속상해하면 다른 쪽은 어차피 재미로 하는 거라느니 좋은 말만 받아들이고 나쁜 말은 흘려버리자니 등의 준비된 위로를 한다. 관심과 위안에 목마른 이들이 대놓고 드러내면 불행자랑 소리를 들을까봐 테스트를 매개체로 위로받기/위로하기 놀이를 하는 걸지도 모른다. 간혹 테스트 문항과 결과를 잘근잘근 씹고 엉터리라 결론짓기 좋아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야말로 소 잡는 칼로 닭 잡는 격. 지적 과시를 제대로 하고 싶다면 몇 차원 더 높은 사냥감을 노릴 필요가 있다.

여하튼 테스트가 문답보다 더하지만 둘 다 재미 본위임은 분명하다. 재미추구 자체로는 좋고 나쁨이 없다. 24시간 진지한 얘기만 하고 지낼 수야 있나. 기사 칼럼 수필 뺨치는 글들만 있으면 무슨 재미랴. 다만 관심유도용이라든지 소재빈곤을 감추는 달력땜질용으로 쓸 바에야 침묵하는 편이 아름답겠다 싶어서, 다시는 최소노력 최대효과의 유혹에 굴하지 않으리라. 정말 순수하게 재미있어서 한다면 괜찮지만 고독으로부터의 도피는 나의 공간을, 나라는 사람을 깎아내리는 짓이다. 뒤끝은 또 얼마나 찝찝한지. 그것들을 남발했던 한때에 비하면 지금은 꽤 잘해나가고 있지만서도, 글변비에 걸린 요즘 또 손쉬움의 유혹을 느끼는 자신을 다시금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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