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dle
티스토리로 이주하기 이전 개인계정으로 블로깅하던 작년 봄의 일이다. 제로보드 글을 태터툴즈로 변환하고 한달쯤 후 눈팅만 하던 올블로그에 RSS를 등록했다. 처음엔 그저 내 글이 전시되는 걸로 만족하려 했으나 역시 관심받고픈 마음은 사회적 동물의 본능인지 점점 심심해졌다. 골방에서 자기 얘기만 늘어놓으면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올블을 타고 여기저기 들러 댓글을 남발했다. 가는 댓글과 오는 댓글 20:1, 스무 군데에 남기면 돌아오는 댓글 메아리는 한둘이었다. 나만의 관심사에서 잠깐 벗어나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소재의 글을 올려도 반응은 신통찮았다. 이쯤 되자 블로거들이 야속하게 느껴지더니 급기야는 블로그계의 왕따가 된 기분이었다. 학창시절의 왕따 경험과 겹쳐 망상은 이스트처럼 부풀었다.

결국 두 달 뒤에 올블에서 RSS를 내리고서야 이성을 되찾았다. 문제는 나 자신에게, 즉 무성의한 댓글 남발과 블로그 주제의 특수성에 있었다. 다른 글에 대한 순수한 흥미와 관심이 아니라 일일이 보답(방문자 증가와 메아리)받길 바라는 썩심으로 다는 댓글에는 설령 대놓고 '제 블로그에도 들러주세요~' 같은 소릴 던지지 않아도 그런 의도가 부지불식간에 스며든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고, 무언의 강요가 스며든 댓글을 기뻐할 사람 없다. 차라리 그런 에너지를 글의 품질을 높이는데 쏟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외모와 성격이 매력적인 사람은 절로 인복이 넘치듯 양질의 블로그는 그 자체로도 다른 블로그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법이다.

또한, 당시 올리던 글들은 드라마 토시이에 및 신센구미 감상문으로 애초에 큰 호응을 기대해선 안 되는 매니악한 글이었다. 내게는 중요할지언정 대다수 블로거에겐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이고 봐도 뭔 소린지 모르는, 별 관심없는 블로그요 무의미하게 스쳐 지나가는 블로그들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런 존재감 없는 블로그를 누가 뭣하러 바쁜 시간 쪼개서 따돌렸겠나. 자의식 과잉이 빚어낸 삼류각본이었다. 그런 자의식 과잉으로 인한 망상의 밑바탕엔 지리한 외로움이 자리잡고 있었다. 졸업 후 취직을 못 하면서 단절돼버린(절반은 자존심 때문에 단절을 자초한) 오프라인 인간관계를 온라인 인간관계의 확장으로 대신하려 했던 게다. 온라인에서라도 좀더 관심받고 싶었던 어린 백성이었다. 마침 게시판에서 블로그로 바꾸고서는 이전 단골들 상당수가 뜸해지거나 끊어지던 차였으니 시기도 절묘했다.

이제 와서 뒷북 넋두리를 늘어놓는 까닭은 인정욕구로부터 제법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인정욕구는 인간인 이상 자연스런 욕구지만 지나치면 남의 시선과 기준에 끌려가는 인생이 된다. 주변의 인정과 상관없이 관심있는 주제를 묵묵히 끄적이고 다른 블로그에 다는 댓글도 문체든 분위기든 관심사든 정말 마음이 가는 곳에 다니 편안하다. 이따금 욕심이 고개를 들면 이렇게 블로깅하는 것만도 큰 호강이라고 다독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