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 NFP 꿈
옥상에 두 화분이 나란히 놓였고 각 화분엔 ENFP 약초, INFP 약초라는 팻말이 붙었다. 정말 약초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ENFP 약초는 40cm가량의 작은 나무로 한 가지엔 염주알만한 검은 열매가 여럿 달렸고 다른 가지엔 탁구공만한 검고 윤기나는 열매가 하나 달렸다. 옆의 INFP 약초도 비슷한 높이의 작은 나무인데 잎도 열매도 없이 앙상한 가지 사이사이에 흰곰팡인지 솜뭉친지가 끼어 보기에 과히 좋지 않았다. 그 정체불명의 덩어리를 유심히 살펴보자 둥글고 거대한 세계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 세계는 시시각각 변했다. 원 테두리에서 중심을 향해 빌딩이 세워지더니(테두리는 땅이고 중심점은 하늘인 셈), 짙은 매연이 피어나 빌딩을 덮으면서 세계는 암흑으로 변했다. 이어 암흑의 중심에서 한점 흰빛이 싹터서는 점점 자라나 태아의 형상을 띄었다. (장면전환) 레이스 달린 파란 원피스를 입은 어쩐지 노다메 닮은 ENFP 소녀는 같은 반의 음울한 INFP 소년을 좋아했다. 소녀의 감정은 연애감정이 아니라 '저 아이를 어둠에서 끌어낼 사람은 나뿐이야!'라는 마음이었다. 드디어 소년이 마음을 열고 사람들과 자연스레 어울리자 소녀는 꽃을 건네며 소년의 성장을 축하하는 노래를 불렀다.
→ INTP 꿈만 꾸다가 처음으로 NFP 꿈을 꿨다. 아니, 전에 키프님 등장한 꿈도 꿨으니 처음은 아니구나. ENFP 약초의 열매맺음은 ENFP들에게가 아니라 내게 소소한 여러콩고물 즐거움에 만족할지 맘 잡고 한 우물에 올인할지를 묻는다. INFP 약초 안쓰럽다. INFP라는 유형 자체에 대해서가 아니라 나에 대한 인식(그러니까 자기인식)이 부정적이긴 하다. 환경과 과거사의 희생양도 아니고 결점투성이 인간도 아니라고 외치고 싶다. 둥근 세계의 변화는 환경파괴가 계속되면 인류도 멸망한다는 두려움? 기실 난 환경론자도 무슨 주의자도 아니고 그저 개인적인 즐거움을 누림으로 만족하는 소시민일 따름이다. 그런 점에서 세계의 변화는 지구의 미래 걱정이 아니라 인생관을 반영한 듯하다. 행운 뒤엔 불행이 따르고 불행 뒤엔 행운이 따르나니 인생사 새옹지마라. 암흑 중의 한점 빛은 임사체험을 연상케 하지만, 절망 가운데에도 희망은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힘내라는 응원(?)으로 읽고 싶다. 한편 INFP 소년을 구하려는 ENFP 소녀는 그간 나를 '구원'하려고 다가왔던 ENF들과 비슷하다. 대체로 E들은 누구에게나 먼저 손내미는 편이니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내게 다가온 몇 ENF들은 이 애의 닫힌 마음을 열겠다는 사명감을 가진듯이 보였다. 나에 대한 안타까움을 마음의 문을 열라거나 사랑을 하라는 충고 또는 의미심장한 책을 건넴으로써 표현하기도 했다. 해피엔딩 꿈과는 달리 그들의 구조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용당할지 모른다는 의심에 끝까지 거리를 두거나, 반대로 상대의 친절을 이용해 한없이 의존해 지쳐떨어지게 만들거나. [이들은 관심과 지원을 원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주려고 할 때는 관심과 지원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라는 4번 설명 대목처럼, 세상 다 짊어진 우거지상으로 구원자를 찾으면서 정작 구원자가 다가오면 쫓아버리는 이중성. 나를 구할 자는 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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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P 꿈만 꾸다가 처음으로 NFP 꿈을 꿨다. 아니, 전에 키프님 등장한 꿈도 꿨으니 처음은 아니구나. ENFP 약초의 열매맺음은 ENFP들에게가 아니라 내게 소소한 여러
by zizim | 2007/01/11 13:07 | trackback 0 | comment 2

노다메 노다메 노다메... -┌ (ㅋㅋ)
노다메도 ENFP스럽지 않나요?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