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4번일까 5번일까

4번의 근거
- "에니어그램의 지혜" 4번 설명 중 [다른 사람은 자기 자신을 좋아하고 존중하며,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는지를 알고 있으며, 원하는 것을 좇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모든 것이 4번 유형인 자신에게는 없다고 느끼는 면들이다.]에서 뜨끔했다. 그러나 굳이 남들을 닮으려 애쓰진 않는다. 활기차고 쾌활하며 사물과 사람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자세를 가지면 자아(라고 여기는 민감하고 우울한 감정)를 잃고 더는 시를 쓰지 못하리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예술은 고통에서 나온다?)
- 쿨한 5번과 달리 인간관계에 집착한다. 4번은 타인에게 부모 또는 구원자 역할을 기대한다는데, 나 역시 그런 식으로 부담을 주어 친구들을 잃었다. 무조건 내 감정과 과거의 고통에 공감해주길 바라면서 정작 상대의 감정엔 무관심했다. 즉 친구들을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삼았던 셈. 자신에겐 민감하면서 타인에겐 둔감하다고나 할까. 지금은 적당히 제어하지만 자기 얘기만 끊임없이 늘어놓는 사람이었다.
- 남다르다, 독특하다, 같은 말을 들으면 좋아한다. 반대로 평범하다, 알기 쉬운 사람이라는 말을 들으면(별로 못 들었지만) 불쾌하다. 이는 "에니어그램의 지혜" 9번 설명의 '아무것도 특별할 것이 없는 사람'에 짜증이 치민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옷, 독서, 음악 등에 대한 독특한 취향을 자랑스러워한다.
- 어두운 과거기억에 연연하고 궁지에 몰리면 그걸 방패로 삼는다. 성격 좀 고치라느니 마음의 문을 열라는 충고를 하면 과거의 상처를 끄집어내며 "그때 그 일이 날 이렇게 만들었어. 그러니 내게 변화를 바라기 전에 내 고통을 먼저 이해해줘."라는 식으로 방어했다. 지금은 최소한 입 밖으로 꺼내진 않지만 자신을 희생양으로 여기는 자기연민의 버릇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 좋아하는 몇몇 활동에만큼은 완벽을 추구한다. 결과물은 늘 기대에 못 미쳐서 불만.
- 유리 신경. 별 뜻없이 던진 말과 몸짓을 과대 해석해 혼자 상처받는 경향. 이젠 덜하지만.

5번의 근거
- 느낌과 공상자아에 둘러싸여 지내기보다는 오히려 아이디어에 파묻혀 지내는 편. 애쓰지 않아도 계속 생각이 떠오른다. 직접 보고 겪은 일들, 책의 한 구절, 심지어 감정조차 '생각놀이'의 대상이다. 이 글을 비롯해 내면을 성찰하는 글을 쓰면서도 지극히 담담한 기분이다.
- 건조하고 담담한 문체. 잘 쓴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재밌다든지 감동했다는 말은 못 들었다. 자작시에 대한 평도 센스는 있으나 필이 부족하다는 평이 대부분. 소재와 배경지식 조사를 철저히 하고 구상을 거듭한 끝에 글을 쓴다.
- 약점을 직접 행동으로 극복하지 않고 관련지식을 모음으로써 대리만족한다. 알기만 해도 절반은 행한 기분이랄까. 건강증진을 위해 바른 섭식과 운동 대신 건강서적 탐색에 열광하고 어느새 그게 목적이자 즐거움이 되어버린다. 심리 및 자기탐구 서적을 모으고 관련사이트를 드나드는 취미도 서투른 대인관계를 지식으로 해결하려는 기묘한 귀차니즘의 일환일지도. 5번은 공포의 대상을 많이 생각하고 연구한다던데, 어릴 땐 변소귀신 무서워했던 주제에 공포물 좋아하는 것도 그래서인가.
- 타인에게 돈, 시간, 관심을 쏟는 데 인색하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사람은 예측 불가능하고 투자 리스크가 크지만 지식과 취미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긴다. 이건 후천적인 듯. 이십대 초반까지의 나는 적어도 좋아하는 이들에겐 신경을 썼다. 몇몇은 집착과 어린정(;)에 부담을 느껴 떠났고, 다른 몇몇은 외골수인 점을 이용하고 뒤통수 쳤다. 그렇게 홍역을 치르자 관계 자체가 두려워져서 아예 내 쪽에서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실정이다. 역시 4번? 잠깐, 5번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많은 관계를 회피한다는데? (헷갈림)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4번은 과거, 5번은 현재 같다. 사회적 본능의 5번 날개 4번이거나 자기보존 본능의 4번 날개 5번으로 추정. 근데 위에서 언급한 책에 실린 유형별 무의식적인 어린 시절의 메시지 중 가장 깊이 와닿는 건 8번의 "약해지거나 다른 사람을 신뢰하는 것은 옳지 않다."이다. T일까 F일까Ⅱ에서 언급했듯 [약해 보여선 안 돼, 만만해 보여선 안 돼, 눈물을 보여서도 안 되고 실실 웃어서도 안 돼, 순간의 감정에 흔들려선 안 돼]라고 자기암시를 걸어오지 않았던가. 그러면서도 결정적 순간엔 약한 모습 보이고 고통자랑 늘어놨다니 상당히 아이러니다. 윤태익 의식발전소에 올린 질문 4번일까요, 5번일까요?에 neo님께서 [책을 보면서 글의 뉘앙스를 통해 자신의 유형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 하셨는데 과연 그렇다. 행위 자체가 아닌 동기에 초점을 맞춰 중요 경험들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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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zim | 2006/10/11 20:32 | trackback 0 | comment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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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브루하 2006/10/12 23:19  a  x  reply

    안녕하세요 . 맞아요. 공감합니다. 특히, " 자신의 과거의 고통에겐 민감하면서 타인의 고통에겐 둔감하다" 이 부분을 읽고, 아 , 저도 똑 같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이 점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님은 4번과 5번 두가지 모두 해당되지만, 저는 전형적인 4번이랍니다 . 저는 5번과 별로 관계가 없어요. 저는 님이 부러워요. 5번의 장점도 갖고 계시잖아요. 5번의 유형은 친구없이 혼자서도 잘 지내는 장점이 있잖아요. 저는 친구 없으면 거의 죽음 ㅜㅜ 혼자서 공부하기보다는 여럿이 공부하는 스타일이에요. ㅜㅜ 이런 성격이 좋을 때도 있지만, 안좋을 때도 많아요 ㅜ 이 놈의 우울증 (orz)

    사실, 제가 4번유형이라서, 타인의 시선에 매우 예민해요.. 그래서 블로그 방문자 수가 적으면 낙심할 때도 있고 ㅋㅋ. 온통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살아가죠. ㅋ . 그리고 은근히 타인의 시선을 즐기기도 하고요. ㅋ
    자주 놀러오겠습니다~~

    • zizim 2006/10/13 18:24 a  x

      에에, 혼자서'도' 잘 지내는 게 아니라 혼자서'만' 잘 지내서 문제예요. 절친한 소수를 제외하고는 사람들과 어울리기가 부담스럽고, 낯선 이들과 는 같은 공간에 머무르는 것조차 버거워요. 이를테면 도서관 열람실에서 공부할 때 칸막이 없는 책상은 옆사람 앞사람이 너무 신경쓰여 절대 공부가 안돼요. 시험 때도 감독관이 제 옆을 지나가면 신경이 쓰여서 문제를 못 풀고 멈칫하고요. 에구, 또 제 얘기만...(역시 4번?) 성숙한 사람은 남과 어울림에 불편이 없으면서 고독도 나름대로 즐기겠지요. 공부 스타일이 살짝 E스러우시네요. 보통 I들은 혼자 공부하길 좋아하는데...;; 하지만 모든 일엔 예외가 있으니까요. 덧붙여 다음 MBTI 카페에 INFP 4번은 항상 우울증을 내포한다는 글이 있더군요~T^T 방문자수는 블로깅 계속하시다 보면 어느 시기부터는 무심해집니다(게다가 태터의 방문자수는 반 이상이 검색로봇으로 인한 거품). 양보다 질, 맘편히 블로깅하세요^^

  2. 브루하 2006/10/14 20:21  a  x  reply

    ^^ 제가 E 와 비슷한 INFP 라고 생각하시면 안되요 .. 하하

    제가 약간의 실수를 했네요. ^^ 음.. 저는 INFP 라서 사실은 혼자서 공부하는 성격이에요 ㅋ 위에 써놓은 것 중에서, 혼자서 공부하는 것보다 여럿이 공부하는 스타일이라고 쓴 이유는. 저의 단짝 친구랑 공부할 때만을 말하는 거에요 :-)

    남자이지만, 수줍음이 많은 편이라서 아주 친하지 않으면 같이 공부하기 싫더라구요 ^^ 저는 처음에 INFP보다는 ENFP가 부러웠어요. 그런데 그냥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사랑하는 게 가장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E 가 I 보다 항상 낫다는 법은 없잖아요 ^^ INFP화이팅입니다~~

    • zizim 2006/10/15 08:09 a  x

      아, 단짝 친구에 한해서였군요. 여자분일 거라 생각했는데 남자분이라니 뜻밖입니다^^; 저도 처음엔 E가 부러웠고 E처럼 되려고 오버(?)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피곤하기만 해서 이젠 '생긴 대로 살자!' 모드입니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옛날과는 달리 E를 더 요구하고 앞으로는 더할 테지만, E만 있는 세상은 너무 정신없을 거예요. E들 앞에서 주눅들거나 어설프게 흉내를 내기보단 I 나름의 장점을 살리려고 해요. 각각의 유형은 그 자체로 아름답잖아요. =)

  3. 치로 2006/11/29 16:17  a  x  reply

    저랑비슷하신것같아요
    저도 intp 랑 infp중 먼지모르겟고
    에니어그램 5번 95% 4번 90%나왓슴니다;

    • zizim 2006/11/29 17:21 a  x

      혹시 네이버 MBTI 카페에서 오신 치로님이신가요?+_+ T/F가 헷갈릴 땐 둘 중 어느 쪽을 환경으로부터 강요받았는지 성장과정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4번 T거나 5번 F인 경우도(흔하진 않지만) 충분히 헷갈릴 수 있고요.

  4. 에바케이 2007/04/09 19:39  a  x  reply

    흠...둘 다인것같네요(알지도 못하는 블로그에 함부로 리플 달기) 4번의 '인간관계 집착'을 제외하고는 전부 저랑 비슷한 것 같아요.전 오히려 친구들 반응에 냉담하고 '난 내 일만 하고 싶어'라는 식으로 지냈고 거의 모든 친구들에게 함부로 접근하지 말라며 거리를 두었죠.4년 넘게 지내던 친구도 제 그런 면을 좀 징그러워하더라구요.(이 친구도 전형적인 5w6인데도 제가 그럴 때마다 조금 불쾌해하더라구요)

    초면인데도 횡설수설 말이 많네요.근데 이런 거 볼 때마다 서양식 학문 좀 바보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인간이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유기체로 연결되어 있는데(한마디로 5번 유형에게서 2번 같은 면이 나올 수도 있는 거고,4번 유형에게서 9번 유형 같은 면이 나올 수도 있는 거죠) 너무 선을 분명하게 그어 놓으니까 사람들을 더 혼란시키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나친 분류는 정신건강에 안 좋은 것 같아요~~

    • zizim 2007/04/10 11:23 a  x

      케케묵은 반년 전 글에 댓글이 달려서 조금 놀랐습니다. 저 5번 아니에요, 하하. 에니어그램은 딱 부러진 서양식 학문이라기엔 그 연원에서부터 신비주의 요소가 많지 않나요? 세세한 특징만 보면 5번인 사람도 2번스런 면이, 4번인 사람도 9번스런 면이 나올 수 있지만(오히려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야말로 극히 드물지만) 주된 행위동기, 근원적 욕구는 확실한 차이가 있기에 겉으로 보이는 잔가지가 아니라 뿌리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유형론에 너무 빠질까봐 염려하시는 듯한데 제가 원래 애매한 건 못 참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사람이긴 합니다. 두루뭉술 넘어가는 태도를 게으름 내지 치열하지 못함으로 간주하면서요. 그러나 머릿속이 온통 에니어그램으로 가득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지나치게 '분류놀이'에 심취해 있지도 않고, [나는 X번이니까 이럴 수밖에 없어]라는 유형숙명론 및 자기합리화에도 빠지지 않으(려고 경계하고 노력하)니까 안심하세요. 언젠가는 완전한 회의를 느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아직은 유용한 도구로 여기고 있기에 관심을 거두지 않으렵니다. 덧붙여 유형론에 회의적인 분들이 많이들 갖는, 유형론이 사람을 틀에 가둔다는 생각이야말로 틀에 갇힌 생각이라 사료됩니다. 어떤 도구든 쓰기 나름 아니던가요.

    • 에바케이 2007/04/11 00:20 a  x

      걱정이 아니라 서구식 학문 자체에 대한 일종의 회의감 같은 거였는데 - (근데 저 여기 계속 리플 달아도 실례는 안 되는거죠?사실 제가 유형론에 갇힌 상태라서-.-) 조금 더 심도 있게 관찰하면 예외가 있음이라는 결론을 낼 수 있는 거겠죠..

      쓰기 나름인 건 맞는데 잘 쓰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이럴 수밖에 없어' 류의 유형숙명론을 더 좋아하더라구요.(님이 그러시다는 게 아니라-.-적어도 제가 만나 본 인간들은 그냥 자신의 유형을 분석하고 이러이러하구나라고만 결정짓고 그 뒤로는 입 씻어버리더라구요.자기 단점은 '이럴 수밖에 없다고' 류의)

      아,저도 네이버 MBTI 카페에 가끔 들어가 봐요.다음은 부실하더라구요.MBTI와 에니어그램에 너무 많은 관심을 쏟아붓는지라 할 일도 제대로 안 되더라구요.

      (원래 함부로 리플놀이 하면 안되는 거 맞죠?)

    • zizim 2007/04/11 15:47 a  x

      여기 공지사항엔 리플놀이 금지라는 조항은 없습니다. 님의 의견을 한편의 글로 정리하셔서 트랙백 쏴주시는 편이 미관과 효율성 면에서 더 좋긴 하지만요. 예외가 전무한 이론은 없으니 이론의 가치는 예외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예외가 적으냐 많으냐일지도 모르겠어요. 특히 유형론은 예외를 없애고자 모든 경우를 담으려다 보면(인간특성 전부를 설명하려다 보면) 더 이상 유형론이 아니게 되고 실용성도 잃어요. 즉 유형론은 아무리 정교해도 인간 일부밖에 설명할 수 없으니,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특히 세대, 직업, 계층 등 외적 요인의 간섭/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자타의 언행을 일일이 유형과 연관짓는 게임은 위험합니다. 그런데 님 글을 보면 갇힌 상태가 아니라 테두리 밖에서 냉철하게 바라보는 상태 같은데요. 아니면 혹시 자아비판?;;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아니, 동의하고 자시고 할 문제가 아니라 이미 사실이죠. 부족한 점을 보충해서 자기계발하는 사람보다 '이럴 수밖에 없어.'라고 자신을 유형에 가두는 사람이 더 많긴 해요. 나아가 타인의 거슬리는 부분을 확대해석해 '그 유형은 진절머리가 나!' 하는 식으로, 특정인에 대한 반감을 특정 유형에 대한 반감으로 일반화하는 사람도 보이고요. 그런 경우들을 보면 모르는 게 약이다 싶기도 하죠.
      그나저나 네이버 MBTI 카페 회원이신가요?(반짝) 닉네임이 낯선 걸로 봐서는 다른 닉네임으로 눈팅하시는 듯한데... 뭐 저도 다른 닉네임으로 눈팅+가끔 댓글이지만요.

    • 에바케이 2007/04/11 20:24 a  x

      가끔 글 올려요.네이버 카페 닉은 예전에 '레테'였고 지금은 '민' 이에요.MBTI카페랑 INTP카페 둘다 가입한 상태거든요.두 닉네임 다 약간 진절머리 나서 이름을 바꾼답시고 생각해낸 게 이겁니다.

      제 영어이름이 Eva고 성이 K씨거든요.이니셜 따서 E.K로 하려다가 결국은 Eva.K가 되어버렸어요.

    • zizim 2007/04/11 21:02 a  x

      아하, 그렇군요. 카페에서 민님 글과 댓글을 수차례 본 기억이 나네요. 저는 '벨자'라는 닉네임으로 MBTI 카페서 활동 + INTP 카페서 눈팅중입니다.